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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463

발밤발밤46 - 강화도 돌아보기 십여 년만에 강화도를 다녀왔다. 미국 근무 등으로 생긴 오랜 공백이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다. 우선은 강화도까지 가는 길이 변했고 도로 주변의 풍경도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강화도에도 곳곳의 변화가 확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의 생각도 변해 있었다. 우리옥 가장 최근에 우리옥을 다녀온 것이 2006년이다. 그때 나는 이곳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423 ) "강화 읍내의 우리옥은 유명한 식당이다. 반세기 동안 한 곳에서 백반집으로 명성을 이어온 탓이다. 강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다 안다. 읍내 거리 시장 안 좁은 골목길에 있어 주차도 할 수 없고 식당의 안팎도 허름하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2019. 6. 4.
발밤발밤45 - 정릉의 겨울숲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니 정릉을 모르지 않지만 직접 정릉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 건 처음이다. 가는 길이 제법 복잡했다. 먼저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6번 출구를 나서면 아리랑 영화의 거리"가 이어진다. 1926년 일제강점기 조선 민중들의 비극적의 현실과 정서를 드러낸 영화 "아리랑"의 각본을 쓰고 감독과 주연까지 맡았던 춘사 나운규를 기념하기 위한 거리라고 한다. 영화 제목과 개봉일이 새겨진 보도를 밟으며 걸어가니 언덕길 정상 아리랑씨네센터 앞에 나운규 기념비가 서 있다. 계속 언덕길을 내려가면 왼편으로 아리랑골목시장이 있고. 시장을 통과하면 그 끝자락에 봉화묵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 한분이 차분하고 정감있는 목소리로 맞아 주신다. 주방에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두 분이서 식당을 .. 2019. 2. 25.
발밤발밤44 - 선정릉의 단풍 올 가을엔 단풍을 많이 보지 못했다. 설악산과 북한산 산행을 염두에 두었다가 취소한 뒤로는 집 주변의 가로수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오키나와 여행으로 단풍 절정의 시기에 며칠 서울을 떠나 있었고, 돌아와서는 미세먼지에 갇힌 데다가 무엇보다 아내의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여서 특별한 일정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아내의 건강 검진을 마친 후 가까운 선정릉을 걸었다. 검진 결과가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어서 걸음이 가벼웠다. 선정릉의 단풍은 끝물이었다. 낙옆은 나무가지에 보다 길과 숲속에 더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단풍만으로 가을의 정취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아내와 걷는 시간에 스민 적요가 감미로웠다. 핸드폰으로 블로그를 뒤져보니 11년 만에 신정릉을 다시 칮은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오후에 눈이 쏟아져.. 2018. 11. 15.
잘 먹고 잘 살자 54 - 북한 음식 만들기 10월 중순 북한 요리 교육을 받았다. 두부밥과 강냉이국수, 그리고 영채나물을 만들어 보는 세 시간짜리 간단한 강습이었다. 강사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10여 년 전 남으로 이주하여 온 분이었다. 1. 두부밥 만들기 A : 밥을 꼬실꼬실하게 지어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을 넣어 비벼 준다. B : 물기를 뺀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에 튀긴다(혹은 지진다). C : 고추가루와 기름을 넣어 고추기름을 만들어 다진 양파 와 청양고추, 대파와 살짝 볶아준다. D : "C"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E : 튀긴 두부를 반으로 갈라 "A"의 밥으로 채우고, "D"를 표면에 듬뿍 바른다. 2. 강냉이국수 김경빈강사는 옥수수국수라기 보다는 강냉이국수라고 해달라고 했다. 고향 함경도 무산에서는 그렇게 부른.. 2018. 10. 23.
발밤발밤43 - 배봉산 지난 일요일 지하철 군자역에서 시작하여 중랑천 둔치를 걸어 배봉산에 올랐다.높이가 110미터이니 산이라기 보다는 언덕에 가깝다.'올랐다'는 표현이 쑥쓰러울 정도인지라 걷기에는 더없이 편안했다.내려오는 길은 삼육대학 서울병원(구 위생병원) 쪽을 택했다.SLOW & LONG(천천히, 오래 혹은 멀리).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걷기 방식이다. 이날 아내 손목에 찬 측정기는 총 10KM 정도를 걸었다고 표시해 주었다.얕은 산이지만 그래도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터진 시야가 시원스러웠다.긴 성 한쪽에는 굽이굽이 물이요 (長城一面溶溶水)큰 들 동쪽 끝에는 점점이 산이로다 (大野東頭點點山) 옛 사람들에겐 어느 언덕에 오르건 대개 그런 풍경이 보였으리라.하지만 지금의 서울에선 어느 산을 오르건 이렇게 읊을 수밖에 없을 것.. 2018. 10. 16.
발밤발밤42 - 서리풀공원 강남고속버스터미널 3번 출구로 나가면 성모병원 옆쪽에 서리풀공원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서리풀공원을 통과하여 방배역 4번 출구까지의 거리는 대략 4km. 아내와 천천히 걸으니 1시간30분 정도가 걸렸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오르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아기자기하게 반복되어 짜임새 있는 느낌을 주었다. 일부 구간을 빼곤 대부분이 흙길인 점도, 휴일임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가로웠던 점도 좋았다. 단풍이 들 무렵 다시 한번 오기로 아내와 의견 일치를 보았다. 추석 이후 아내와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주로 서울 시내의 공원과 산자락의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었다. 당분간 먼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정이라 간단한 외출을 겸한 걷기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만족감만큼은 결코 먼 여행에서 얻는 것에 못지 않았다. .. 2018. 10. 3.
발밤발밤41 - 광교산 걷기 오래간만에 미국 샌디에고에서 만난 인연들과 광교산 산행을 했다. 광교산은 수원과 용인에 걸쳐 있는 높이 582미터의 야트막한 산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상에 오르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산자락의 편안한 길을 따라 세 시간 가까이 걸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연을 맺은 곳이 샌디에고다 보니 아무래도 샌디에고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모두 다 젊은 시절을 보낸 직장을 퇴직하고 나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었다. 추억에 더하여 변화된 근황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세 시간은 잠깐이었다. 걷기를 마치고 연무시장에서 베트남 음식을 나누었다. 샌디에고 시절 골프를 마치고 먹던 '월남 쌀국수'와의 비교가 한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철원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J는 늘 샌디에고 엘까혼(EL CA.. 2018. 9. 29.
발밤발밤40 - 안산자락길과 북한산 둘레길 추석 뒤 이틀 동안 안산자락길과 북한산 둘레길(도봉옛길과 방학동길)을 걸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 정상을 향해 걷는 산행도 좋지만 산자락을 완만하게 휘감는 편안한 둘레길은 또 다른 즐거움과 매력이 있다. 오래간만에 걸어보는 숲길이었다. 게다가 날씨도 더 없이 좋았다. 맑은 공기는 먼곳까지 시야를 틔워주었다. 매 계절 이렇게 미세먼지 없는 날을 만들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래 인용한 시인의 글처럼 거창한 의미를 새기며 걸은 것은 아니지만 걷고 난 뒤에 읽어보는 '걷기 예찬'엔 고개가 끄덕여진다. 10월에 시간이 나서 걷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걸어보기로 아내와 다짐을 해보았다. 걷기는 외부 동력을 이용하지 않는 여행이고, 존재의 약동이며, 존재의 광합성 운동이다. 걷는 동안 마음.. 2018. 9. 28.
발밤발밤39 - 리움 'Leeum은 설립자의 영문 성 'Lee'와 Museum의 'um'이 조합된 이름'이라고 한다. 진귀한 많은 예술품들을 세련된 공간에 모은 'Lee'의 막대한 재력. 단돈 만원에 소중한 작품들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우리는 원작자 혹은 'Lee', 누구에게 더 사의(謝意)를 표해야 할까? 이름 없는 도공과 가난한 화가의 작품들은 어떤 시간과 공간을 돌고돌아 이곳 '리움'에 등기된 것일까? 무엇보다 'Lee'가 그것들을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꿋꿋이 견디.. 2018.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