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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463

지난 가을 서울 시내 걷기 지난 가을은 단풍 구경을 제대로 못 하고 보냈다. 단풍에 물든 고궁을 돌아보자고 아내와 계획을 세웠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발목을 잡았다. 마음먹고 갔을 때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거나 지난 후였다. 연례행사 때문에 매표소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발길을 돌린 적도 있다. 그래도 그걸 핑계로 여기저기 서울을 걸어 다닌 건 나쁘지 않았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생각하지 않은 일을 만날 기회라고 하지만 그런 깜짝쇼가 없어도 무덤덤한 시간이 주는 평온함이 무르익은 가을 햇볕처럼 따뜻해서 좋았다. 핸드폰 속에 남은 가을 사진 몇 장을 꺼내본다. ↑서울둘레길 대모산 구간에서 본 서울 ↑서울도성길 남산구간 ↑'삼일빌딩’. 어릴 적 고향 뒷산인 아차산에 올라 서울 문안 쪽을 바라보면 멀리 시커멓게 선 직사각형이 보였다... 2017. 12. 23.
잘 먹고 잘 살자 47 - 서울·경기 식당 몇 곳 1. 강남 고속터미널 베테랑 칼국수 전주의 베테랑 칼국수가 서울까지 올라왔다. 이제 흔한 일이다.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이나 대구의 삼송빵집의 마약옥수수빵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맛있는 건 서울에 다 있다!' 고 하는가 보다. 그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여행이 주는 환상이고 매력이기도 했는데···' 하는 아쉬움은 잠깐 칼국수가 나오자 서둘러 젓가락을 들었다. 2. 소호정 소호정은 '호걸들의 웃음이 흐르는 집'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이곳 역시 분점만 수십 곳에 달해 서울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좋아해서 힘을 받은 곳이다. 그보다 앞서 알려져서 김영삼대통령이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압구정에서 1985년에 시작했다는데 지금 본점은 양재동에 .. 2017. 12. 17.
발밤발밤25 - 다시 "한양도성길" 한양 도성길을 다시 걸었다. 세 번째 순성이다.매번 조금씩 다른 방법이었다.처음엔 전체구간을 세 번으로 나누어서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걸었다.두 번째는 아내와 산 구간(낙산, 백악산, 인왕산, 남산)만을 걸었고 이번엔 혼자서 도성길 전 코스 18.6킬로미터를 연속해서 걸었다. 지하철 2호선(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있는 광희문(위 지도의 A)를 출발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다시 광희문으로 돌아왔다. A-B-D-C-A를 도는데 6시간 정도 걸렸다.이열치열의 방식으로 더위를 이겨보자는 뜻은 아니었고 그냥 더위에 푹 젖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지난 세 달 동안 받아온 어떤 교육을 끝낸 자축의 의미도 붙였다. 폭염주의보 속 더위는 역시 만만찮았다. 생수 2리터 병을 가져가 거의 다 마셨다.도심을 통.. 2017. 7. 22.
발밤발밤24 - 대구 시내를 걷다2(끝) 약령시 한의학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옛 제일교회가 있다. 지금은 교회 역사관인 듯 했다. 1898년 미국 선교사가 경북 지역 최초로 세운 교회라고 한다. 안내문에는 현재의 모습을 갖춘 때가 1936년이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도 거대한 규모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일대에 거의 견줄만한 건물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건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중학교 때인가 이웃 친구네 형의 책장에서 우연히 처음 이상화의 시를 접했을 때의 뭔가 가슴이 서늘해지던 기억.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나의 침실로」를 읽으며 '마돈나', '침실', '수밀도', '네 가슴' 등이 주는 묘한 상상에 친구와 킬킬거렸던 기억. 마돈나며 침실이란 생경한 단어와 함께. (침실의 뜻은 알았지만 안방, 건너.. 2017. 7. 13.
발밤발밤23 - 대구 시내를 걷다1 국내여행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사전 계획이나 번거로운 예약 절차 없이 불쑥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구로 향했다. 가는 차 안에서 대구를 검색하며 공부를 했다. 잠깐 보는 것만으로 당일치기 그것도 몇 시간 머무르는 여행으론 소화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가 넘쳐났다. 팔공산이나 비슬산, 동화사나 갓바위를 제외하고 대구를 여행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울산에 거주할 때도 부산은 갔지만 이상하게 대구로는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대구행은 결혼식 하객이나 초상집 조문객으로 갈 때 뿐이었다. 이제까지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보는 것도 이유가 될까?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성로로 향했다. 대구의 영화관, 쇼핑몰, 카페 등이 밀집한 최대의 번화가. 서울 사람들에겐 대구의 '명동'이라고 하면.. 2017. 7. 12.
잘 먹고 잘 살자 46 - 서울 도성길2 (발밤발밤22) 도성길 걷기도 여행이니 여행에서 먹는 걸 빼놓을 수 없겠다. 가급적 걷는 길에서 가까운 식당을 원칙으로 했지만 도성길과 상관없이 멀리 떨어진 식당을 가기도 했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이란 게 그런 거 아닌가. 1. 자하손만두 어쩌다 부암동에 가면 들리는 곳. 근처 "소소한 풍경"이란 한정식집을 빼곤 더 이상 다른 곳을 갈 수 없게 만든다. 한결같이 덤덤하고 슴슴하고 담백한 맛.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나 아내는 좋아한다. 어줍잖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아직 나는 그런 '맛 없는 맛'의 깊고 은근함을 만들어보지 못했다. 2. 남대문 시장 갈치 조림 몇번 글을 올린 곳이다. 갈치조림을 내는 여러 식당이 밀집해 있다. 예전엔 간판 크기가 각각이라 좁은 골목길이 더욱 번잡해 보였.. 2017. 6. 22.
발밤발밤21 - 서울 도성길1 조선 태조 이성계는 궁궐터를 잡을 때 인왕산을 주산(主山)으로 잡으려고 하였다고 한다. 인왕산을 등지고 동향의 궁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왕은 남면(南面)하여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정도전의 반대에 부딪혀 백악산을 주산으로 삼아 그 아래에 궁궐을 지었다. 그리하여 인왕산은 우백호, 낙산(駱山)은 좌청룡, 남산은 남주작(南朱雀)이 된 것이다. 서울 도성은 이 네 개의 산을 이으며 세워졌고 4개의 대문과 4개의 소문(小門)이 만들어졌다. 아내와 18.627km의 도성길을 한바퀴 돌았다. 나로서는 두번째 순성(巡城)이었다. 이번 순성길은 도심 구간은 생략하고 낙산과 백악산, 그리고 인왕산과 남산의 산길을 위주로 걸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이었으나 아내는 여느 때와 다르게 적극적이었다. 조만간 전 구.. 2017. 6. 20.
발밤발밤20 -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71.5km를 다 걸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인 2014년 5월에 걷기 시작했으니 만3년이 걸렸다.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걷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중간에 서울둘레길과 서울도성길을 돌게 되어 먼저 시작한 북한산 둘레길의 완주가 늦어졌다. 반쯤은 아내와 걸었고 나머진 혼자 혹은 친구들과 걸었다. 둘레길을 돌면서 이제까지 등산을 하면서는 보지 못했던 북한산과 도봉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 가지 길 모두 완주에 특별히 집착을 할 필요는 없겠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걷기를 목표로 길을 나설 때 우리가 동네길과는 다른 한적하고 조용할 길을 염두에 둔다면 둘레길의 전 코스가 그런 조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찻길 바로 옆을 나란히 지나는 코스는 자동차들의 속도와 굉음에 시달리.. 2017. 6. 4.
잘 먹고 잘 살자 45 - 태국 음식점 "잇타이( EATHAI)" 도착 첫날 먹는 '본토'·'정통'의 태국음식은 다섯시간의 장거리 비행의 지루함을 감수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그에 반해 건대입구역 근처의 태국 음식점은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라는 편리한 접근성 때문에 '이방'·'변종'의 맛을 감수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더군다나 터무니 없이 한국화된 '변종'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본토' 맛과 비교할 때 오차 범위 내에 드는 '유사 변종'의 맛이라면. 작고 깔끔한 규모의 식당 EATHAI(잇타이)의 메뉴는 다양하지 않다. 솜땀과 팟타이(볶음국수)와 까오팟(볶음밥)과 팍붕파이댕 등등의 흔한 음식 몇 가지가 가능하다. 뿌팟뽕커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간단한 한끼 식사에 좋다. 소고기국수의 맛이 내 입맛과 맞지 않는다는 것은 유감이지만 이층의 창가 자리.. 2017.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