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한국463

발밤발밤6 - 군산 시간여행1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군산까지 2시간반. 생각보다 가까웠다. 아침을 거르고 이른 시간에 버스에 올랐더니 군산에 도착하자 빈속이 보내는 신호가 강렬했다.'고픈 배는 악마의 운동장'이라고 하지 않던가.월명동에 있는 식당, 일출옥은 군산 여행의 첫 방문지가 되었다.콩나물 국밥과 아욱국, 두 가지만을 내는 곳이다.아내와 나는 아욱국을 주문했다. 된장과 어울린 아욱이 은근하고 구수한 맛을 냈다.배 속의 '악마'를 진정시키고 나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군산 도보 탐방에 나섰다.개략적인 경로를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걷기로 했다. '시간여행'이란 말은 군산시에서 만든 군산여행 안내서에 나온 말이다.그 앞에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 도시 군산'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조그만 포구.. 2015. 10. 11.
발밤발밤5 - 소백산 능선길 석가탄신일을 낀 3일의 연휴 첫날,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난 일년 간 몇 차례 산행을 했지만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산은 없었다. 오래간만에 뼈와 근육 사이에 낀 일상의 찌꺼기를 털어내보자는 생각에 급하게 산악회에 연락을 하여 소백산 행을 예약했다. 아침 일찍부터 고속도로는 몰려든 차들로 여기저기서 막히고 있었다. 휴게소도 만원이었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힘들게 빠져나와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비로소 차는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반이 늦어서야 산행 기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행은 비로사 아래 삼가리에서 시작하여 소백상 최고봉인 비로봉 - 제1연화봉 -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어 희방사로 하산하는 경로를 잡았다. 비로사를 지나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자주 철쭉.. 2015. 5. 26.
발밤발밤4 - 남한산성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약 8키로미터. 두 시간 반 쯤 걸렸다. 성벽을 따라가는 길이다보니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길이었다. 멀리 서울과 하남, 성남시가 보였다. 위 사진은 출발과 도착 지점이었던 남문(지화문, 至和門).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수어장대는 원래 산성에 있던 4개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으로 성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위 사진은 북문 위아래로, 오른쪽 왼쪽으로, 굽이치는 성벽. 남문으로 돌아와 성문 망루에서 내려다본 성밖 풍경. *위 사진 : 삼전도비. 남한산성은 부득불 병자호란을 떠올리게 된다. 청태종의 무릎 아래 조선의 왕 인조는 3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로 항복을 했다. 추운 겨울 남한산성으로 피신을 하여 두.. 2015. 5. 19.
발밤발밤3 - 5월의 광주행 KTX 호남선이 생기면서 광주가 매우 가까워졌다. 덕분에 하루만으로도 광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평소 그렇게 친숙하지만은 않던 속도의 문명이 주는 편리함이 이럴 땐 달콤하다. 첫 방문지는 며칠 전 문을 연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었다. 금남로의 옛 카톨릭센터를 개조하여 1∼3층을 전시실로 만들었다. 전시실에는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항쟁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 기록, 성명서, 공문서, 물품, 기자들의 취재수첩, 일기, 형상물, 재판기록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위 사진 : 80년 5월 계엄군의 총탄이 뚫고지나간 당시 광주은행 본점의 유리창. *위 사진 : 1980년 6월 2일자 전남매일신문 1면. 김준태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2015. 5. 18.
발밤발밤2 -구례, 늦가을(끝) 아침에 일어나 숙소인 쌍산재를 산책했다. 쌍산재는 관리동 포함 7채가 들어선 한옥집이다. 현 운영자의 고조부 되시는 분의 호(쌍산)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대문에 들어서면 비탈이라 오밀조밀한 느낌이 들지만 계단길을 통해 대숲을 지나면 평지가 넉넉하게 펼쳐진다. 한옥이다 보니 아파트와 같은 완벽한 보온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겨울철의 약점을 제외하곤 묵어갈만 한 곳이었다. 쌍산재 대문 바로 옆에 "전국 최상의 물"이 나온다는 당물샘이 있다. 혹독한 가뭄이나 장마에도 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당물샘의 물은 한 달 넘게 독에 담아 두어도 물때가 끼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당물샘이 있는 상사 마을은 전국에서도 손 꼽히는 장수 마을이었다. 70객은 장년이고 환갑노인은 청년 취급을 받.. 2014. 12. 28.
발밤발밤2 -구례, 늦가을2 구례의 숙소는 쌍산재라는 한옥집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방문 창살이 선명하게 비친 하얀 창호지가 눈이 부셨다. 한옥이라 방바닥은 따뜻했으나 방안의 공기에서는 찬 기운이 느껴졌다. 잠에서 깨어서도 이불을 끌어당겨 어깨까지 덮고 한참을 뭉그적거리다 일어났다. 방에 딸린 간이 부엌에서 물을 끓여 작은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봉지 커피로 입가심까지 마치고 방문을 여니 이런! 뜻밖에 비가 추적이고 있었다. 아침에 섬진강변을 걸어볼 예정이었는데 낭패스러웠다. 쌍산재 주인에게서 우산을 빌리고 구례읍까지 나가는 택시를 부탁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일정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야 했다. 우리를 데리러 온 택시 기사는 "좌충우돌 구례택시이야기(http://blog.naver.com/sswlim)" 라는 .. 2014. 12. 28.
발밤발밤2 - 구례, 늦가을1 목적지와 상관없이 기차여행은 내게 여행의 원형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 버스나 전차를 타고 청량리나 동대문 쯤의 시내를 나가는 것이 특별한 나들이였다면 고속버스라는 것이 등장하기 전까지 기차는 그보다 먼, 잠을 자고 와야 하는 장거리 여행을 의미했다. 물론 그 시절엔 순전한 여행이라기보다는 집안의 대소사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어른들을 따라가는 정도였지만. 기차에 올라 출발를 기다릴 때의 조바심에서부터 덜컹이며 다리를 건너거나 깜깜한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의 흥분은 지금의 그 어떤 놀이기구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아내가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을 제안했다. 국내여행도 오래간만이지만 기차여행은 더 오래간만이었다. 부산이나 대구를 꼽아보다가 전라남도 구례를 택했다. 지리산과 섬진강 .. 2014. 12. 27.
발밤발밤1 - 서울 약현성당 발밤발밤 올해는 아내와 함께 생활한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7년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을 하였고 바로 뒤이어 딸아이의 결혼이 있었다. 그 두 가지의 큰 변화에 사이에 대대적인 집수리도 있었다. 이사와 결혼과 집수리는 형태는 다르지만 그 경위는 짐 싸기와 짐 풀기로 단순화할 수 있겠다. 정신적인 긴장에 육체적인 노동이 더해진 시간이었다. 수고한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저기서 가을 단풍소식이 들려왔다. 아내와 나는 귀국 후 잠시 접어두었던 여행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에도 이와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한 인도네시아 주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였다. 첫 외국생활에서 돌아온 직후라 그런지 그때 나는 내 나라의 풍경과 내력에 대한.. 2014. 12. 5.
양재천변 가을 단풍 우리나라의 도시에는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생활숲의 면적이 다른 나라의 도시에 비해 너무 작다. 특히 서울은 국민 1인당 생활숲 면적이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삶의 질이란 항목만 들이대면 우리가 사는 모습은 늘 이렇게 작아진다. 그런 서울에도 가을이 왔다. 7년의 외국 생활 후 처음 맞는 가을이라 처음엔 이름난 먼 곳, 일테면 설악산 쯤으로 단풍을 보러갈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가까운 곳에, 고맙게도 아직 남아 있는 숲과 나무만으로 계절의 모습을 느껴보기로 했다. 먼 곳의 화려함을 보기 위해 길 위에서 흘려야 하는 시간을 가까운 곳의 고마운 소박함을(?) 더 오래 바라보는데 쓰기로 한 것이다. 양재천 변의 시민의 숲. 아내와 내가 갔을 때는.. 2014.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