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한국463 발밤발밤38 - 마포 무삼면옥과 행화탕 마포에 볼일이 있어 간 김에 들러본 두 곳. 100% 메밀 이외에는 어떠한 첨가물(MSG, 설탕, 색소, 방부제, 감미료 등)도 없다고 해서 무삼면옥(無三麵屋)이라는 설명이 벽에 붙어 있었다. 육수도 한우 육수에 간장만으로 간을 맞추었다고 한다. 주인은 강원도 춘천식 메밀면이라고 했다. 담백하고 슴슴한 맛 - 맛 없는(맛이 존재하지 않는) 맛이라면 적절한 표현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내와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먹었다. 행화탕은 지하철5호선 애오개역 근처에 있다. 무삼면옥을 나와 천천히 걸어가도 될 거리에 있다. 1958년 대중 목욕탕으로 문을 열었던 행화탕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잡지 못 한 탓인지 폐업을 했다. 이후 방치되었다가 2016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예술로 목욕합니다.".. 2018. 9. 11. 잘 먹고 잘 살자 53 - 한약 이후 지난 몇달 동안의 이런저런 일에 아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리 근육에도 이상이 왔다.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진 듯했다. 한의원에 가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약도 지었다. 약을 먹는 한달 동안 금기 사항이 별지에 적혀 있었다. 약효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술은 물론 커피, 인스턴트푸드,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게, 튀긴 음식, 밀가루 음식 등을 가급적 피하라는 것이다. 커피와 게장을 빼고는 아내가 평소 그리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금기로 묶이자 아내는 오히려 그런 것들에 대한 갈구가 커지는 듯했다. 늦은 저녁 입이 궁금해질 때 쯤이면 그것들을 자주 들먹였다. 그럴 바에야 약효가 좀 덜하더라도 차라리 그냥 먹으라고 나는 여러번 유혹을 했지만 '범생이' 기질의 아내는 끝까지.. 2018. 9. 10. 잘 먹고 잘 살자 52 - 동대문 주변 식당(2) 봄부터 동대문 근처에서 '혼밥 점심'을 하고 나면 잠시 창신동 일대의 골목길을 산책하거나 커피점에서 책을 읽곤 했다. 1. HOLOLOK COFFEE 동묘앞역 근처에 있는 호로록커피점을 처음 보았을 때 산울림의 노래를 떠올렸다. ♬생각나면 들려봐요. 조그만 길모퉁이 찻집.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커피 한 잔에 스며드는 노란 색의 기둥과 벽돌이 주는 따뜻함과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빛. 2. CAFE EVERYDAY 대로변에 있지만 안에 들어가면 아늑한 분위기가 나는 카페. 내가 일을 보던 곳에서 가까워 자주 가게 되었다. 3. 청류 창신동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 술집. 특이하게 새벽부터(5시~6시?) 문을 열어 저녁 일찍 문을 닫는다. 신선들만이.. 2018. 8. 26. 잘 먹고 잘 살자 51 - 동대문 주변 식당(1) 올해는 개인적으로 '혼밥'의 해인가 보다. 앞선 글에서 말한 것처럼 봄에서 여름까지 종각 근처에서 자주 '혼밥 점심'을 했었다. 집에서도 아내가 병 간호로 바빠 자주 혼밥을 해야 했다. 게다가 연말까지는 동대문 근처에서도 '혼밥 점심'이 자주 있을 것 같다. 그래 봤자 일주일에 한두 번일 터이니 호젓하게 한 끼를 음미해 보려하지만. 동대문 시장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시장 밀집 지역이다. 시장은 사람들의 왕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음식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동대문 종합시장이나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이 대표적이지만 외국인들이 우리 노동시장에 대거 편입되면서 그들의 음식도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을지로6가 일대에 러시아·몽고, 중앙아시아 음식점이 성업 중이고 동대문 일대에는 네팔·인도음식점이.. 2018. 8. 26. 발밤발밤37 - 동대문운동장 주변 1.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나오면 마주치게 되는 거대한 은빛 건물. 마치 SF 영화 속 우주정거장 같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다. 각종 전시와 패션쇼, 컨퍼런스 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DONGDAEMUN DESIGN PLAZA릐 약자인 DDP는 '꿈꾸고(DREAM), 만들고(DESIGN), 누린다(PLAY)'의 의미도 지닌다고 한다. 이곳 DDP는 아내와 간송미술관 소장품 전시회 때 두어 번 와보았으나 앞으로는 4층에 있는 키즈클럽 디키디키에 손자친구와 자주 와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공간이 넓고 시원해서 활동량이 왕성한 '친구'에게 적절해 보였다. 2.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운동장은 70년 대에는 서울운동장으로 불렸다.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 2018. 8. 24. 발밤발밤35 - 동대문아파트와 크래프트베이스 1. 동대문아파트 동대문아파트는 1970년대에 지어진 대한민국 2호아파트로 지어질 때는 유명 연예인들이 거주하기도 하여 연예인 아파트로도 불렸다고 한다. 동대문아파트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ㅁ자 구조로 아파트 중앙이 하늘을 향해 뻥 뚫려 있다. 하지만 50년이란 세월에 따른 노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낡고 흉물스러워졌다. 이에 서울시는 이 오래되고 특이한 아파트의 보존 가치를 인정하여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새롭게 정비 공사를 끝낸 동애문 아파트는 적어도 외관은 다시 말끔해졌다.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ㅁ자 공간에 공동 장독대와 화분대, 그리고 빨랫줄이 걸려 있다. 사람들이 사는 정겨운 풍경이지만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마치 홍콩 영화 속의 낡은 아파트를 보는 느낌이.. 2018. 8. 24. 잘 먹고 잘 살자 50 - 종각 일대 식당(2) 종각 일대에는 노포들만 아니라 '신포'들도 많았다. 서울 어느 곳이라도 그렇듯이. 간단한 혼밥 점심을 먹은 터라 거창하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던 몇 곳. 1.에모이 맛난 베트남 쌀국수. 먹는 동안 아내와 함께 베트남 여행 중 들렸던 호치민과 하노이, 후에와 호이안의 음식점을 떠올렸다. 음식은 추억을 자극하고 여행을 유혹하는 강력한 인자 중의 하나이다. 2. 다담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백반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도의 음식을 7,500원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개별 음식 하나하나가 특별하진 않지만 구색을 맞추려고 허투루 나오는 것 또한 없어 보였다. 백반집은 흔히 '집밥의 정서'를 강조하는데 점심시간이면 근처 사무원들로 북적이는 분위기를 빼면 그냥 집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게다가 일 .. 2018. 8. 21. 잘 먹고 잘 살자 49 - 종각 일대 식당(1) 올 봄에서 여름까지 종각역 근처에 자주 가야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때늦은(?) 말레이인도네시아어 공부 때문이었다. 낯선 단어들과의 씨름은 힘들었지만 흥미로웠고, 어떤 단어나 상황은 자주 28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의 기억을 회상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덕분에 그동안 점심을 '혼밥'으로 해야할 때가 많았다. 평소 식사는 사람들과 더불어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웬만하면 혼밥을 하지 않았지만 막상 여러 번 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만은 않았다. 마치 혼자 하는 여행이나 혼자 하는 등산처럼 호젓함이 있었다. 혼밥을 해야할 때면 나는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를 택한다. 아내는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메뉴 - 이를테면 순대국, 설렁탕, 해장국 등등. 종각 .. 2018. 8. 20. 발밤발밤34 - 충무집과 류가헌 5월 하순 이후 아내는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본인의 지병 때문이 아니라 간호 때문이었다. 7월이 되자 아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거의 탈진이 되었다. 아무런 육체적 수고가 없었던 나도 덩달아 비슷한 상태로 지낸 거 같다. 올해 들어 매월 80∼100KM정도를 달리기를 해오던 나는 6월에는 36KM 밖에 달리지 못했다. 8월 초 아내에게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아내의 여유는 곧 나의 여유. 올 여름휴가는 없는 것으로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시간을 그냥 집에서 뒹굴기는 아쉬웠다. 그렇다고 멀리 갈 수는 없는 사정이어서 가까운 도심에서라도 더위를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맛난 음식과 시원한 냉방이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회 관람. 1. 충무집 충무집은 아내와 내게 도다리쑥국이 제철인 봄에 가는 식당이.. 2018. 8. 12.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