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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463

발밤발밤33 - 창신동 "장난감 거리" 창신동 장난감 거리. 문구 상점들도 밀집해 있어 문구거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알록달록 어떨 땐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색상의 장난감들이 가득한 거리. 바닥에 이정표로 그려진 타요버스와 그 친구들은 근래에 손자와 어울리면서 알게 된 만화 캐릭터들이다. 지나가다가 손자에게 줄 적당한 장난감을 하나 약간의 흥정 끝에 샀다. 만원 지하철에 부대끼며 집에 들고 갔더니 아내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이런 아날로그 할아버지라니! 뭐 하러 힘들게 사서 들고 와? 택배로 주문하면 되는데." 하면서 핸드폰으로 내가 산 것과 같은 장난감의 목록을 보여준다. 색상과 크기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아 그렇지! 그런 게 있었지! 모르진 않으면서도 아직 내 손으로 한번도 구매해 본 적이 없는 방식이다. 핸드폰 앱으로 기차표.. 2018. 7. 7.
발밤발밤32 - 창신동 "박수근집 터와 그의 길" *박수근 그림 「길」 *박수근 그림 「빨래터」 박수근 그림을 보면 마음이 선해지고 따뜻해진다. 낮은 목소리로 겸손하게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뭔가 크게 울린다. 쓸쓸하게 보이면서도 충만케 한다.. 험하고 궁핍했던 시절을 살았으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었던 그가 존경스럽다. "우리는 참 복도 많아. 이런 그림 앞에 서 있을 수 있다니 말야." 박수근의 그림 앞에서 그렇게 말하며 행복해졌다는 한 시인의 말을 표절하여 나도 아내에게 써 먹어 보았다. 그가 살았던 창신동집 터. 전쟁 중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 모은 돈으로 산 이곳 18평 한옥에서 그는 1952년부터 12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이 집 마루에서 그렸다. 음식점으로 변한 이곳에서 지금 박수근을 회.. 2018. 7. 1.
발밤발밤31 - 창신동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연말까지 동대문 근처에서 일주일에 이틀은 보내야 할 것 같다. 서울시에서 하는 "보람일자리" 중 내가 맡은 장소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평화시장 일대나 창신동 언덕길의 좁은 골목골목에는 서울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70년식' 풍경이 오롯이 살아 있다. 다만 그때에는 없었던 네팔음식점과 환전소 등은 다문화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겠다. 사회 곳곳이 몸살을 앓는 개발이라는 북새통에서 왜 이곳은 제자리 걸음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방인'인 나는 그 낙후된 풍경에서 느껴지는 어떤 편안함과 따뜻함이 좋아 점심 시간이나 오전에 일이 끝나는 날에 두세 시간씩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며 '시간여행'을 해보곤 한다.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동대문1호선역 3번 출구를 나와 200미터쯤 직.. 2018. 6. 24.
발밤발밤30 - 남산길 걷기 연휴 중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마나님들도 함께 했다. 애초 녹사평역에서 만나 경리단 길을 걷고 난 후 점심을 할 계획이었으나 새벽부터 이어지는 봄비 때문에 걷기는 생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을 해둔 식당 "비스테까"까지는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남산이 보이는 "비스떼까"에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향긋한 와인까지 곁들이고나니 포만감과 만족감이 가득했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비가 그쳐 걷기에 그만인 날씨가 되었다. 경사진 길을 잠시 걸어 올라 그랜드하얏트 호텔 앞에서 남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산둘레길은 부드러운 흙길이었다. 비가 내린 직후라 향긋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비에 젖은 숲에서도 싱싱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오월의 연초록에 눈도 편안했다. 매일같이 날씨가 .. 2018. 5. 9.
어디로 갈꺼나 강원도 홍천까지 갔지만 팔봉산도 없고 홍천강도 없었다. 봄날의 모든 화사함은 잿빛 (초)미세먼지가 삼켜버렸다. 숙소(소노펠리체) 안에서만 맴돌며 하루를 보낸 이튿날 아침엔 짙은 안개까지 밀려와 해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손자 친구를 안고 내다보는 풍경엔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이 함께 스멀거렸다. 자연은 후손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는데, 우리 시대는 그동안 빚을 이미 상환 불능의 지경으로 쌓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김영동의 노래를 속으로 읇조리다 품 안의 친구를 다시 추스려 안았다. 어디로 갈꺼나 어디로 갈꺼나 내 님을 찾아서 어디로 갈꺼나 이 강을 건너도 내 쉴 곳은 아니요 저 산을 넘어도 머물 곳은 없어라 2018. 3. 27.
발밤발밤29 - 양양성당과 진전사터 그리고 바다 새로 난 고속도로 덕분에 서울-양양이 두 시간 남짓이니 충분했다. 첫 기착지인 양양성당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었다. 양양성당은 이제껏 다닌 성당 중에 가장 정갈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지저분한 성당이 있을 리 없겠지만 특히 성경 책이 가지런이 줄 지어 놓여 있는 양양성당의 내부는 유난히 청정한 느낌이어서 숨쉬기도 편안한 것 같았다. 성당 옆에 "전대사 성당"이라고 새겨진 비석이 있었다. "전대사"가 뭐지? 아내와 얼굴을 마주보다 검색을 해 보았다. 전대사는 "죄과에 대한 벌- 잠벌(暫罰)까지를 모두 면제받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잠벌'을 찾아보니 "이 세상이나 연옥에서 잠시 받는 벌"이라고 한다. 전대사란 죄에 대한 신의 용서라는 의미인가보다, 고해성사나 속죄 기도만으론 안 된다는 뜻인가? 전대사.. 2018. 3. 18.
발밤발밤28 - 제천과 그 부근 한때 아내와 함께 우리나라 이곳저곳의 불탑을 보러 다닌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나 불교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그냥 탑이 좋았다. 탑 자체만 보면 불국사의 석가탑이 가장 아름다워 좋았지만 텅 빈 폐사지에 홀로 남아 있는 석탑이 주는 호젓한 분위기를 더 찾아 다녔다. 탑(塔)은 부처님이 거주하시는 곳이다. 정확히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놓은 곳이다. 그러나 모든 탑에 진신사리를 모실 수가 없으므로 이른바 법신사리라고 부르는 불경이나 작은 금동불 등 공경물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모신다. 그래서 절에 들어가면 탑에 합장을 하거나 탑돌이를 하며 기도 하는 것이다. 탑은 불교 전파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사용된 재료가 다르고 모양도 변해왔다. 중국에선 처음에는 목탑이 지어졌으나 곧 점토를 가마에서 구워 만든 벽돌을 사용.. 2018. 3. 11.
발밤발밤27 - 춘천에서 춘천으로 가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니 이전에는 없던 고속도로가 이어진다. 2009년엔가 개통되었다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얼마 전에는 이어서 강원도 양양까지 개통되었다고 했다. 미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서 지금까지 동쪽으로 여행을 하지 않은 터라 처음 달려보는 길이다. 옛길은 강물과 산을 품고 달렸지만 새로 난 고속도로는 거침없이 산을 뚫고 강을 가로지른다. 덕분에 2시간이 넘게 걸리던 옛날과 달리 집을 떠난지 한 시간만에 춘천 시내에 들어설 수 있었다. 춘천 죽림동 성당. 춘천 교구 전체의 중심 성당이라지만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 화강암으로 쌓아올린 외관이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 1949년에 신축 기공식을 하였다가 한국전쟁기에 대파되었고 이후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 세례를 받은지 몇년이 .. 2018. 3. 1.
발밤발밤26 - 제주도 혹은 댄스 파티 손자 친구와 크리스마스 연휴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2박3일동안 내내 친구는 격렬한 춤을 추었다. 동행한 우리 모두에게 자기와 같은 춤을 출 것을 강요하였다. 친구는 춤 솜씨뿐만 아니라 체력도 남달라 동행한 어른 모두를 지쳐 쓰러지게 만든 후에도 잠들기 직전까지 춤을 멈추지 않았다. 환갑이 지났지만 그래도 한때 하프마라톤도 한 적이 있는 터라 나름 체력에 자신 있어 한 나도 친구의 왕성한 기운에는 손을 들고 말았다. 특히 나는 친구가 자신의 춤을 위한 가수로 지목하여 목이 잠길 지경까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어야 했다. 그래도 친구는 어느 누구의 이탈이나 휴식도 쉽게 눈감아 주지 않았다. 제주도의 비경도 맛난 음식도 이번 여행에서는 모두 친구의 춤에 딸린 '부록'이었다. 친구를 진정 시키고 우리도 쉬기 .. 2017.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