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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463

발밤발밤 52 - 도산공원 아내와 압구정동에서 시원한 건진국수를 먹고 도산공원을 산책했다. 도심 속 공원은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다. 공원에 드니 더운 도심과는 조금은 다른 참신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숲은 언제 어디서나 옳다. 도산공원은 1973년에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소를 이장하여 부인과 함께 합장하면서 개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 https://jangdolbange.tistory.com/1876 )는 시를 쓴 유하는 그의 수필집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 속에 나오는 압구정동이라는 공간은, 생명의 공간이 아니라 절멸의 자리이다. 건강한 노동의 공간이 아니라, 터미네이터의 관능과 파괴성이 도사린 자리이다. 내가 그와 .. 2019. 8. 20.
발밤발밤 51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15층의 호림아트센터. 박물관은 그 옆에 있는 5층 건물이다. 강남구 신사동이란 분위기에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박물관이 하나있다. 호림(湖林) 윤장섭(尹章燮)씨가 기증한 유물과 기금을 바탕으로 개관을 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이다. 본관은 관악구 신림동에 있으며 신사분관은 2009년에 열었다. 개성 출신인 윤장섭선생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개성박물관장을 지낸 고유섭의 특강을 듣고 문화재에 대한 열정을 키워 무려 1만5천여 점을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도자기류가 청자 1,100여 점과 백자 2,100여 점, 분청사기가 500여 점 등 4천 점에 달한다. 호림박물관을 도자기 박물관이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올해는 신사분관이 개관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로 그동안의 전시들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2019. 8. 17.
서초역을 지나며 헉! 놀랐다. 괜찮은 걸까? 정말 괜찮은 걸까? "너희 길과 너희 행실을 고쳐라. 그러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살게 하겠다. '이는 주님의 성전, 주님의 성전, 주님의 성전이다! ' 하는 거짓된 말을 믿지 마라. 너희가 참으로 너희 길과 너희 행실을 고치고 이웃끼리 서로 올바른 일을 실천한다면, 너희가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억누르지 않고 무죄한 이들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 않으며 다른 신들을 따라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예로부터 영원히 너희 조상들에게 준 이 땅에 살게 하겠다. 그런데 너희는 아무 쓸모도 없는 거짓된 말을 믿고 있다. 너희는 도둑질하고 살인하고 간음하고 거짓으로 맹세하며, 바알에게 분향하고, 너희 자신도 모르는 다른 신들을 따라간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 2019. 7. 23.
발밤발밤 50 - 이태원 골목길 서울엔 한 시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유흥공간이 있었다. 60년대의 명동, 70년대의 종로, 80년대의 이태원, 90년대의 압구정동 등등. 21세기에는 어느 지역이 그 이름을 이어받았을까? 홍대 앞? 청담동? 모르겠다. 유흥공간이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각 지역마다 어떤 특성을 드러내며 특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내와 나는 60년대에는 아직 어렸고 80년대는 직장 문제로 둘 다 지방으로 갔으므로 아무래도 대학생 시절이었던 70년대에는 종로가 친숙했다. 아내와 처음 만난 곳도 종로였고 자주 만나는 곳도 종로였다. 봄비가 내리는 저녁이었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청승을 떨며 무교동 거리를 걷던 나는 문득 저 앞에 그녀가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흠뻑 젖은 온몸이 바.. 2019. 7. 20.
발밤발밤49 - 서울숲 그는 알았다. 저 강물은 영원히 흐르고 흐를 것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언제나 거기에 있어 늘 똑같은 물이지만, 동시에 늘 새로운 물이라는 것을. -헤르만 헷세, 『싯다르타』에서- 아내와 서울숲을 걸었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풀숲 사이에 스멀거리던 어둠의 잔해들이 강물 위로 풀어지고 있었다. 한 여름이지만 새벽 공기는 시원했다. 세상의 모든 시간과 장소는 처음이다. 여러번 걸은 적이 있는 서울숲이라 해도 우리는 생에 두 번 같은 시간과 장소에 서있을 수 없다. 강물이 "언제나 거기 있어 똑같은 물이지만 동시에 늘 새로운 물'이듯이. 아내는 문득 지난 봄 세상을 떠난 사람과 언젠가 이 길을 함께 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가 했던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럴 때.. 2019. 7. 18.
잘 먹고 잘 살자 57 - 다시 이태원, 2016 이후 조리 수업을 받으러 일주일에 세 번 이태원 근처에 가게 되면서 이태원이 생활 반경 안에 들어 왔다. 가까운 곳에서 즐거움 찾기. 아내와 자주 이태원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태원을 향해 어디서부터 걷거나 이태원으로부터 시작해서 다른 어느 곳을 향해 가는 것도 포함한다. 싱그러운 숲길의 적요나 시원스런 강변길의 통쾌함이야 더 없이 좋지만 도시에 살면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도시의 길을 너무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북적여 어느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하기 힘들다 해도 그것이 숲길이나 강변보다 더 가까운 일상 속의 풍경이니 어쩌겠는가. 더군다나 이태원엔 거리거리 골목골목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MOUTHWATERING CUISINE'이 포진하고 있지 않은가.. 2019. 7. 9.
잘 먹고 잘 살자 56 - 한남동 식당 몇 곳 2007년 나는 아내와 몇 달에 걸쳐 이태원 일대를 돌아보며 관련 글을 한 여행 관련 웹진에 올린 적이 있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411 - https://jangdolbange.tistory.com/412 시간이 십년이 넘게 흘렀다. 그 사이 나는 퇴직을 하여 백수가 되었다. 당연히 이태원이나 한남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마침 일년 간 조리 수업을 받는 장소가 이태원쪽이라 수업 후 아내와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전과 다른 것은 몇몇 음식점을 돌아보고 집에까지 걸어가는 계획을 잡은 것이다. RESTAURANT HOPPING & WALK!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두 가지 다 좋아하는 일이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오후 세시라.. 2019. 7. 4.
발밤발밤48 - 올림픽공원 이런 속담.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소매 긴 김에 춤춘다." 서울 간 김에 남산 가고 시장 간 김에 오뎅 사먹듯 어젠 잠실 간 김에 아내와 올림픽공원엘 갔다. 그리고 걸었다. 걷기는 아내와 나의 일상이다. 별일 없어서 걷지만 일단 걷기 시작하면 시공간은 늘 특별하게 변화한다. 말하기, 침묵하기, 공상하기, 구름 쳐다보기. 바람 느껴보기 등등. 우리 스스로에게나 늘 그 자리에 있어온 예사로운 것들을 향해 마음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하철8호선 잠실에서 아내와 만나 한 정거장을 가니 몽촌토성역이다. 출구가 계단 끝에서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열려 있다. 저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무엇이 있을까? 기대감이 차오른다. 익히 알고 있는 풍경임에도. 누구 못지 않은 스포츠 팬으로 자처하면서도 나는 그 해 올림픽.. 2019. 7. 2.
발밤발밤47 - 경기도자박물관 경기도 광주 지역은 예전에 양질의 백토가 생산되고 땔감이 풍부한데다 한강과 경안천을 이용한 제품 수송이 편리하여 도자기 생산의 적지였다. 또한 아름다운 기품을 보여주는 조선 백자의 탄생지이기도 했다. 광주시의 경기도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자에 담긴 삶과 죽음" 전시회를 보러 갔다. 1. 식당 "마당 넓은 집" 마침 점심 무렵이라 들어간 "마당 넓은 집"은 소백산 한우가 주 메뉴였다. 그런데 주메뉴보다 보조(?) 메뉴인 나물 반찬이 더 유명하다고 한다. 채식 선호의 아내에 맞춤이라 생각했더니 나물만은 팔지 않고 소고기를 주문해야 따라나온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나물을 먹기 위해 소고기를 주문해야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예상 밖의 거한 점심이 되었다. 열다섯 가지가 넘는 종류의 나물이 나왔다.. 2019.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