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14 워싱턴 DC 단상9 - NATIONAL GEOGRAPHIC SOCIETY 1888년에 창간된 잡지로 유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숙소 가까이 있어 박물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렸다. 일층에서 “BIRDS OF PARADISE” 란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파푸아뉴기니아에서 위장막을 만들고 오랜 시간 잠복을 하면서 힘들게 촬영했다는 사진과 동영상은 전시회 주제대로 ‘새들의 천국’이 아니라 ‘천국의 새들’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아마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원래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는지 모른다. 정치와 전쟁, 그리고 전쟁과 정치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껍데기를 벗겨낸다면. 모든 일의 시작은 그 껍데기들에 대한 관심이다. 시인이 말했다 대상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의 무덤이라고. 새들의 현란한 자태는 사랑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몸짓이라고..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8 - NATIONAL GALLERY OF ART 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이하 NGA)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동관은 현대미술과 특별전시공간이라 우리는 13세기 이후의 서양 회화와 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서관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서관 중에서도 19세기 인상파들의 작품 전시실에 비중을 두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 만에 약 12만 점에 달한다는 소장품을 다 둘러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내서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제네브라 GENEVRA DE' BENCH의 초상을 (아래 그림)이 박물관 최대 볼거리 중의 하나로 소개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앞둔 여인이라고 한다. 수심이 가득한 멍한 여인의 표정에서 연인과 헤어져야 하는 애잔함이 느껴진다. 미소만 있다면 그의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를 닮았..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7 - 항공우주박물관 스미소니언 SMITHSONIAN(이하 SS) 이 없었다면 DC 여행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텔에서 가깝다는 점 때문에 여정을 백악관과 기념공원부터 시작하였지만, 사실 그런 곳이 DC 여행의 주목적지는 아니었다. 가벼운 여행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와 전쟁의 ‘거대 담론’으로 생각을 이끄는 그런 건조한(?) 장소들이 아내와 나의 감성에는 SS보다 앞설 수는 없겠다. SS는 제임스 스미슨이라는 영국 과학자가 1829년 사망하면서 “인류의 지식을 넓히기 위한 시설을 DC에 세우고 싶다”는 유언과 유산을 (당시 화폐 55만 달러) 남겨 만들어졌다. 정작 그는 미국에 한번도 다녀간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미국을 선택했을까? 흥미롭다. 신흥국가였던 미국의 미래는 기존의 오래된 국가들과는 다르리라는 생각을 ..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4 - NEWSEUM 뉴지엄은 NEWS와 MUSEUM의 합성어인 뉴스박물관의 이름이다. 6층의 건물 내부는 빽빽하게 뉴스의 역사와 역사적 뉴스로 채워져 있다. 물론 미국이 중심이 된 뉴스와 역사이다. 하지만 건조한 학술적 전시가 아니라 관람자의 흥미를 고려한 자료와 설계, 다양한 아이디어로 여느 관광지처럼 편안하게 들러볼 수 있는 곳이다. 언어의 장벽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내와 내겐 베를린장벽 BERLIN WALL 과 9.11, 그리고 역대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 전시관이 흥미로웠다. *위 사진 :베를린 장벽. 뒤에 보이는 것은 분단시대 동독의 감시탑이다. 베를린장벽은 독일 밖에선 가장 큰 조각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젠 분단이 아니라 통일의 상징이 된 벽돌 조각은 여전히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의 국민인 우리에.. 2013. 12. 6. 12월1일 방송 SBS "최후의 권력4부" *위 사진 : 화면 캡쳐 미국 생활 '말년'이다보니 미국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거주해온 샌디에고 주변에 한정된 회상이지만 널찍한 도로며, 깨끗한 거리, 거의 일년 내내 맑고 온화한 날씨, 쾌활하고 다정한 어감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특히 날씨에 관해서는 한국에 돌아가면 푹푹 찌는 여름이나 강추위의 겨울이면 생각이 많이 나겠다고 아내와 이야기 하곤 합니다. 그외에 텔레비젼만 켜면 나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펼치는 운동경기나 역시 같은 수준의 영화나 뮤지컬 같은 엔터테인먼트 등도 미국에서 사는 재미와 매력을 높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SBS의 한 프로그램이 전하는, 그 표면적인 화려함의 이면에 숨은, 아니 그 화려함으로 결코 가려졌을 리 없었을 이야기들은, 이른바 자유와 선택이.. 2013. 12. 2. 두 가지의 '감자' 따라하기 어릴 적 우리 집도 다른 이웃처럼 감자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감자와 관련되어 밭에서 일을 한 기억이 내겐 하나도 없다. 그 시절 감자와 관련된 유일한 기억은 비오는 날 포실포실하게 쪄낸 감자를 접시에 담아 소금과 함께 내주시던 어머님의 모습뿐이다. 나는 소금대신 설탕으로 달라고 떼를 쓴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나의 고집을 못 이겨 설탕을 내 오시면서도 "감자는 소금이랑 먹어야 제 맛." 이라고 알려주시곤 하셨다. 감자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농사와 관련해서도 내겐 대개 먹을 거리와 관련된 기억일 뿐 노동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마 청소년기가 되기 이전에 집에서 농사를 그만 지은 이유도 있겠지만 같은 또래의 시골 출신 아이들이 나와 같은 어린 나이에 나름 자기 몫의 노동을 한 기억을 .. 2013. 9. 16. 샌디에고 식당27 - 베트남 식당 두 곳 샌디에고에서 아내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트남식당은 앞서 쓴 글 중 BEACH & BRUNCH에서 소개한 OB NOODLE HOUSE’(221 CABLE STREET)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매번 그곳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집에서 좀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내는 베트남음식(특히 국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특별히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데다가 태국 국수를 좋아하는 아내로선 좀 의외라도 할 수 있는데, 입맛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랴. 안 맞으면 안 맞는 것이지. 때문에 아내와 둘이서 베트남식당을 가는 일은 (위의 OB NOODLE을 빼곤) 드물다. 그러나 음식은 누군가와 같이 먹게 되어있으므로 특별히 베트남국수를 좋아하는 이웃들과 만나게 되면 아내도 자신의 취향을 양보하고 베트남식당을 가게 된다. .. 2013. 9. 11. 샌디에고 식당26 - CUCINA URBANA 샌디에고 유명 공원인 발보아파크 BALBOA PARK 가까이에 있다. 식당 이름 CUCINA URBANA는 이태리 말로 뜻은 “도시의 부엌”이라고 한다. 당연히 이태리식당이고 우리가 이태리 식당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통의 이태리 음식들과 퓨전 음식들이 있다. 음식의 맛은 물론이거니와 직원들의 서비스 역시 훌륭하다. 명랑하고 친근감이 있다. 무엇을 물어도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이 돌아온다. 잘 먹는 음식을 만들고 잘 먹게 도와준다. 맛은 혀끝만의 감각이 아니라 종합적이다.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맛도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식당 벽에 이태리 속담이 붙어 있다. “WHO EATS WELL, LIVES WELL.” 덕분에 잘 먹었으니 잘 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주소 : 505 LAURAL.. 2013. 9. 11. 샌디에고 식당23 - 태국음식 "SAB-E-LEE" 미국에 와서 태국음식점만 보면 잘 지나치지 못한다. 널리 알려진 세련된 식당에서 작은 골목의 허접한 식당에 이르기까지 태국식당을 보면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만들 것이란 기대부터 가져보게 된다. 고급음식점은 고급이니까 당연히 맛이 있을 것으로, 허접한 음식점은 맛깔스런 솜땀이나 국수를 만들어내는 태국 방콕 골목길의 노점상이 차린 것으로 상상하여 더 원조의 맛에 가까울 것으로 마음대로 상상해보곤 한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걷기라도 한 날이면 돌아오는 길에 어디서 태국 맛사지나 받았으면 좋겠다 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아내와 내가 태국문화에 어느 정도 중독이 되어 있다고 말해도 되겠다. 문화란 거창하거나 고상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먹고 노는 것이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노느냐 .. 2013. 9. 11. 이전 1 2 3 4 5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