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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14

저녁 노을 아내와 집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저녁 노을이 찬란하다. 아내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르다 핸드폰에 담아 보았다. 노을을 보면 나는 자주 고향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이곳이 미국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랬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 넘어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언젠가 딸아이가 어렸을 적 차를 몰고 가며 (그때도 노을이 있었던가?) 이 노래를 부르고 나자 뒷좌석에 있던 딸아이가 던진 말이 아내와 나를 크게 웃겼다. "그거 무슨 노래야? 꼭 탈북자들 노래 같네." 하긴, 해 저무는 논길을 따.. 2013. 9. 8.
샌디에고 식당 22 - 딤섬 "PEARL" 내가 딤섬을 처음 먹어본 것은 90년 초반 일 때문에 만난 홍콩사람 덕분이었다. 나는 만족스런 그 맛을 기억해 두었고 훗날 아내와 딸아이와 홍콩을 여행할 때 마치 딤섬에 고수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소개를 할 수 있었다. 아내와 딸아이도 좋아하였다. 그 맛 때문에 한동안 동남아를 여행하면서도 한 끼쯤은 일부러 딤섬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태국의 방콕이라면 만다린 오리엔탈의 중식당 THE CHINA HOUSE 라던가 반얀트리 호텔의 BAI YUN 등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가족이 홍콩에서 딤섬을 처음 먹은 곳은 귀국편 항공기를 기다리던 공항에서였다. 홍콩의 옛 공항인 카이탁 KAI TAK 이었다. 카이탁공항은 당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중의 하나였다. 산세가 험한 바닷가에 위치하여 착륙 전에 유난히도 .. 2013. 8. 23.
샌디에고 식당 21 - STEAK 집 3곳 미국에서 일반인들이 슈퍼나 정육점, 식당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소고기는 미연방농무부(USDA, 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의 기준으로 대개 세 가지 - PRIME, CHOICE, SELECT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래는 8등급으로 세분화 되어있다고 한다. 가장 좋은 등급은 물론 프라임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 한 마리의 식육 부위 가운데 나오는 양이 2%이하여서 고급 스테이크 식당에서만 만날 수 있고, 일반 슈퍼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나머지 두 등급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급의 구분은 고기의 부드러운 정도와 육즙 등을 결정하는 마블링 상태와 소의 나이에 따라 나누어진다고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광우병은 30개월 미만의 소에서는 발견 .. 2013. 8. 23.
샌디에고 식당 20 - IZAKAYA SAKURA 이 식당은 왜 그런지 간판이 없다. 영수증을 보면 IZAKAYA SAKURA 라고 나와 있다. 사람들은 그냥 ‘사꾸라’라거나 ‘간판 없는 식당’이라고 부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음식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직 사시미나 스시를 먹어본 적이 없다. 아내와 나는 주로 돈까스 덮밥인 가쯔동을 먹는다. 이외에 카레밥도 좋아하고 여름에만 나오는 라면으로 만드는 일본식 냉면 “히야시추카”도 좋아한다.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과 점심에 만날 때 아내와 나는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부담없는 가격에 만족도가 높은 식당이다. 한인상가 밀집 지역에 가까운 콘보이 스트리트에 있다. 3904 CONVOY ST. #121, SAN DIEG O, CA92111 TEL: 858-569-6151 2013. 8. 23.
달리기와 걷기 오따이 렌치 몰 OTAY RANCH MALL이라는 곳이 있다. 서점과 음식점, 옷와 화장품 가게.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용품점, 백화점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집에서 한 6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휴일 오후 아내와 함께 그곳까지 걸어가 보았다. 한 시간 남짓 걸렸다. 그곳에서 아내는 혼자 쇼핑을 하고 나는 달리기로 집으로 돌아와 차를 가지고 다시 그곳으로 갔다. 집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코스트코 COSTCO 를 비슷한 방법으로 다녀온 적도 있다. 앞선 경우와 다른 것은 내가 먼저 차를 운전하여 코스트코 주차장에 세워놓고 집까지 달려와 아내와 함께 다시 걸어서 코스트코까지 갔다는 것이다. 걷기와 달리기의 조합으로 체력이 다른 아내와 내가 서로 적절한 양의 운동을 즐기고 일상에 필요한 물건도.. 2013. 8. 19.
호두를 까는 주말 아침 간밤에 주말 아침 음식으로 무슨 죽을 원하느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견과류죽!”이라고 했다. 아몬드와 땅콩, 그리고 잣과 호두를 갈아 넣은, 몇 주 전에 만들었던 죽을 말함이다. 인터넷이나 책을 참고하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 짬뽕으로 만든 ‘창작품’인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미 글로 쓴 것처럼 이 죽을 만드는데 가장 성가신 일은 호두껍질을 벗기는 일이다. 끓는 물에 식초를 한두 방울 넣고 데쳐내듯 삶아서 이쑤시개처럼 끝이 날카로운 도구로 주름진 호두의 골과 골 사이를 쑤시며 달래듯 살살 벗겨내야 한다. 성미가 급한 나로서는 갑갑증이 솟는 일이어서 아내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특별한 미식가가 아니고선 혼자만의 한끼 식사를 위해 결코 주말 아침에 호두를 다듬지는 않으리라. 함께 산다는 건 .. 2013. 8. 11.
패트릭, 독수리를 잡다 그가 드디어 독수리를 잡았다. 시기는 2013년 7월6일. 장소는 CHULA VISTA GOLF MUNICIPAL COURSE 13번홀. 나는 내 볼을 치느라 패트릭님의 볼이 홀컵으로 들어가는 결정적 순간은 보지 못했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 내 눈으로 확인했다면 아마 심장에 충격이 전달됐을 것이다.) 환호 소리에 ‘참사’를 뒤늦게 알고 나서 황소 뒷발로 쥐를 잡은 격이라며 애써 패트릭님의 행운과 기술을 폄하해야 했다.^^ 이글 기념식 겸 회식 자리에서 아내는 그래도 꽃다발도 하나 있어야지 않겠느냐고 시키지도 않은 가산을 추가로 축내며 우리 ‘불우이웃’들의 아픈 배를 더 쓰리게 했다. “아무튼 독수리, 너! 다시 또 패트릭한테 잡히면 죽는다!“ 우쒸! 독수리는 아니더라도 아쉬운 대로 '참새'라도 자주 .. 2013. 8. 5.
아스파라거스 언젠가 어느 식당에선가 아내가 음식이 담긴 접시 속을 가리키며 "나는 이 아스파라거스 ASPARAGUS가 참 좋더라"하고 말한 적이 있다. 며칠 전 먹을 거리를 사러 마켓에 갔다가 그 아스파라거스가 눈에 띄었다.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아내를 생각하며 한 묶음을 집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이걸 삶아서 쌈장에 찍어먹어야 하나 어쩌나를 생각하다가 식당의 기억을 되살려 토막을 쳐서 기름에 볶아 보았다. 얼마 동안 볶아야 다 익었는지를 몰라 볶으면서 연신 먹어보아야 했다. 먹어보고 더 볶고 먹어보고 더 볶고...... 덕분에 날 걸로 먹은 것이 1/4은 되었다. 나중에 전화로 아내에게 말을 했더니 먼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볶으라고 알려주었다. 책에서 아스파라거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2013. 7. 31.
딸아이에게 음식 만들어주기 샌디에고에서 갈고닦은(?) 솜씨를 한국에 있으면서 딸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딸아이는 내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천주교 신자가 되어 ‘식사 전 기도’를 하는 모습만큼이나 상상이 안 되는 일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때마침 놀러온 처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홈페이지에서 내가 만든 음식의 사진과 글을 보긴 했지만 이전의 장돌뱅이 행태로 보건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아내가 곁에서 “정말이야. 너네 형부 음식 잘 해.”하는 응원의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할 줄 아는 열 가지 미만의 음식 중에서 비교적 아내에게 후한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세 가지를 골랐다. 닭날개구이와 두부전골과 총각김치볶음밥. 요리 경연대회에 참석한 식객의 마음으로 상을 차려내고 자못 긴장되어 식구들의 눈치를 .. 2013.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