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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24

두 가지의 '감자' 따라하기 어릴 적 우리 집도 다른 이웃처럼 감자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감자와 관련되어 밭에서 일을 한 기억이 내겐 하나도 없다. 그 시절 감자와 관련된 유일한 기억은 비오는 날 포실포실하게 쪄낸 감자를 접시에 담아 소금과 함께 내주시던 어머님의 모습뿐이다. 나는 소금대신 설탕으로 달라고 떼를 쓴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나의 고집을 못 이겨 설탕을 내 오시면서도 "감자는 소금이랑 먹어야 제 맛." 이라고 알려주시곤 하셨다. 감자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농사와 관련해서도 내겐 대개 먹을 거리와 관련된 기억일 뿐 노동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마 청소년기가 되기 이전에 집에서 농사를 그만 지은 이유도 있겠지만 같은 또래의 시골 출신 아이들이 나와 같은 어린 나이에 나름 자기 몫의 노동을 한 기억을 .. 2013. 9. 16.
샌디에고 식당27 - 베트남 식당 두 곳 샌디에고에서 아내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트남식당은 앞서 쓴 글 중 BEACH & BRUNCH에서 소개한 OB NOODLE HOUSE’(221 CABLE STREET)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매번 그곳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집에서 좀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내는 베트남음식(특히 국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특별히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데다가 태국 국수를 좋아하는 아내로선 좀 의외라도 할 수 있는데, 입맛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랴. 안 맞으면 안 맞는 것이지. 때문에 아내와 둘이서 베트남식당을 가는 일은 (위의 OB NOODLE을 빼곤) 드물다. 그러나 음식은 누군가와 같이 먹게 되어있으므로 특별히 베트남국수를 좋아하는 이웃들과 만나게 되면 아내도 자신의 취향을 양보하고 베트남식당을 가게 된다. .. 2013. 9. 11.
샌디에고 식당26 - CUCINA URBANA 샌디에고 유명 공원인 발보아파크 BALBOA PARK 가까이에 있다. 식당 이름 CUCINA URBANA는 이태리 말로 뜻은 “도시의 부엌”이라고 한다. 당연히 이태리식당이고 우리가 이태리 식당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통의 이태리 음식들과 퓨전 음식들이 있다. 음식의 맛은 물론이거니와 직원들의 서비스 역시 훌륭하다. 명랑하고 친근감이 있다. 무엇을 물어도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이 돌아온다. 잘 먹는 음식을 만들고 잘 먹게 도와준다. 맛은 혀끝만의 감각이 아니라 종합적이다.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맛도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식당 벽에 이태리 속담이 붙어 있다. “WHO EATS WELL, LIVES WELL.” 덕분에 잘 먹었으니 잘 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주소 : 505 LAURAL.. 2013. 9. 11.
샌디에고 식당23 - 태국음식 "SAB-E-LEE" 미국에 와서 태국음식점만 보면 잘 지나치지 못한다. 널리 알려진 세련된 식당에서 작은 골목의 허접한 식당에 이르기까지 태국식당을 보면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만들 것이란 기대부터 가져보게 된다. 고급음식점은 고급이니까 당연히 맛이 있을 것으로, 허접한 음식점은 맛깔스런 솜땀이나 국수를 만들어내는 태국 방콕 골목길의 노점상이 차린 것으로 상상하여 더 원조의 맛에 가까울 것으로 마음대로 상상해보곤 한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걷기라도 한 날이면 돌아오는 길에 어디서 태국 맛사지나 받았으면 좋겠다 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아내와 내가 태국문화에 어느 정도 중독이 되어 있다고 말해도 되겠다. 문화란 거창하거나 고상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먹고 노는 것이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노느냐 .. 2013. 9. 11.
저녁 노을 아내와 집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저녁 노을이 찬란하다. 아내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르다 핸드폰에 담아 보았다. 노을을 보면 나는 자주 고향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이곳이 미국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랬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 넘어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언젠가 딸아이가 어렸을 적 차를 몰고 가며 (그때도 노을이 있었던가?) 이 노래를 부르고 나자 뒷좌석에 있던 딸아이가 던진 말이 아내와 나를 크게 웃겼다. "그거 무슨 노래야? 꼭 탈북자들 노래 같네." 하긴, 해 저무는 논길을 따.. 2013. 9. 8.
샌디에고 식당 22 - 딤섬 "PEARL" 내가 딤섬을 처음 먹어본 것은 90년 초반 일 때문에 만난 홍콩사람 덕분이었다. 나는 만족스런 그 맛을 기억해 두었고 훗날 아내와 딸아이와 홍콩을 여행할 때 마치 딤섬에 고수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소개를 할 수 있었다. 아내와 딸아이도 좋아하였다. 그 맛 때문에 한동안 동남아를 여행하면서도 한 끼쯤은 일부러 딤섬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태국의 방콕이라면 만다린 오리엔탈의 중식당 THE CHINA HOUSE 라던가 반얀트리 호텔의 BAI YUN 등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가족이 홍콩에서 딤섬을 처음 먹은 곳은 귀국편 항공기를 기다리던 공항에서였다. 홍콩의 옛 공항인 카이탁 KAI TAK 이었다. 카이탁공항은 당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중의 하나였다. 산세가 험한 바닷가에 위치하여 착륙 전에 유난히도 .. 2013. 8. 23.
샌디에고 식당 21 - STEAK 집 3곳 미국에서 일반인들이 슈퍼나 정육점, 식당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소고기는 미연방농무부(USDA, 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의 기준으로 대개 세 가지 - PRIME, CHOICE, SELECT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래는 8등급으로 세분화 되어있다고 한다. 가장 좋은 등급은 물론 프라임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 한 마리의 식육 부위 가운데 나오는 양이 2%이하여서 고급 스테이크 식당에서만 만날 수 있고, 일반 슈퍼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나머지 두 등급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급의 구분은 고기의 부드러운 정도와 육즙 등을 결정하는 마블링 상태와 소의 나이에 따라 나누어진다고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광우병은 30개월 미만의 소에서는 발견 .. 2013. 8. 23.
샌디에고 식당 20 - IZAKAYA SAKURA 이 식당은 왜 그런지 간판이 없다. 영수증을 보면 IZAKAYA SAKURA 라고 나와 있다. 사람들은 그냥 ‘사꾸라’라거나 ‘간판 없는 식당’이라고 부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음식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직 사시미나 스시를 먹어본 적이 없다. 아내와 나는 주로 돈까스 덮밥인 가쯔동을 먹는다. 이외에 카레밥도 좋아하고 여름에만 나오는 라면으로 만드는 일본식 냉면 “히야시추카”도 좋아한다.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과 점심에 만날 때 아내와 나는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부담없는 가격에 만족도가 높은 식당이다. 한인상가 밀집 지역에 가까운 콘보이 스트리트에 있다. 3904 CONVOY ST. #121, SAN DIEG O, CA92111 TEL: 858-569-6151 2013. 8. 23.
달리기와 걷기 오따이 렌치 몰 OTAY RANCH MALL이라는 곳이 있다. 서점과 음식점, 옷와 화장품 가게.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용품점, 백화점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집에서 한 6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휴일 오후 아내와 함께 그곳까지 걸어가 보았다. 한 시간 남짓 걸렸다. 그곳에서 아내는 혼자 쇼핑을 하고 나는 달리기로 집으로 돌아와 차를 가지고 다시 그곳으로 갔다. 집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코스트코 COSTCO 를 비슷한 방법으로 다녀온 적도 있다. 앞선 경우와 다른 것은 내가 먼저 차를 운전하여 코스트코 주차장에 세워놓고 집까지 달려와 아내와 함께 다시 걸어서 코스트코까지 갔다는 것이다. 걷기와 달리기의 조합으로 체력이 다른 아내와 내가 서로 적절한 양의 운동을 즐기고 일상에 필요한 물건도.. 2013.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