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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24

삼한사한 "내일 아침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겠습니다." 한국에 온 이래 매일 저녁 일기예보 방송마다 듣게 되는 멘트이다. 사람들은 올 겨울 날씨의 특징을 '삼한사한'이라거나 '삼한사냉'이라고 했다. 전에 없는 눈까지 많이 내려 집앞의 도로에 두텁게 쌓인 눈이 얼어있다. 어린 시절 이후론 서울에서 처음 보는 날씨다. 밖이 추워서 안이 따뜻한 겨울밤. 딸아이의 쉬임 없는 우스갯소리에 고개를 젖히기도 하고 아내와 조용히 옛시를 읽어보기도 한다.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얘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얘기가 나오고. 서울로 시집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 2013. 7. 24.
새해가 오면 한 해가 끝나고 또 한 해가 시작하는 시간을 샌디에고에서 만난 소중한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믐날 저녁엔 작년 라구나 마운틴에서 캠핑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 모였다. 매번 모임이 있을 때마다 정성이 깃든 화려한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데레사님과 에드워드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새해는 율리아노님 댁에서 아브라함님 가족과 함께 했다. 늘 훈훈함이 묻어나는 두 가족이다. 연말 휴가 기간동안의 이야기를 웃음과 함께 나누었다. 모두 세상이 따뜻한 곳임을 일깨워주는 인연들이 아닐 수 없다. 새해도 늘 지금과 같기를..... 새해가 오면 배꼽을 드러내놓고 뛰노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마른 나무 끝의 매운 바람이 뼈끝에서는 오래 머물게 마옵고 한 톨 성냥불빛의 희망이 꺼지지 않고 먼 데 기쁨의 바.. 2013. 7. 24.
성경 읽기 성경을 한번 읽었다. 아내와 함께 하루에 3장씩을 번갈아가며 소리 내어 읽다보니 대략 2년 정도가 걸렸다. 신약을 먼저 읽고 구약을 나중에 읽었다. 가끔씩 빼먹을 때도 있었지만 아내가 한국에 머물러 헤어져 있을 때도 전화로 서로의 진도를 확인하며 가급적 잊지 않으려고 했다. 오늘 낮 구약의 마지막을 읽고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작은 성취감과 함께 꾸준함이 만드는 결과가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솔직히 성서의 내용은 어려웠다. 믿음의 깊이도 얕은데다가 성서가 쓰여진 배경과 그 시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지하다보니 상식의 선에서 이해가 가는 일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그냥 읽는 행위 자체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록 종교적이거나 신학적인 의미를 깨우치진 못했다하더라도 아내와 함께 성서를 읽.. 2013. 7. 24.
또 송년회 송년회의 자리와 횟수가 한국에서처럼 잦아진다는 것은 아내와 내가 샌디에고에서 산 햇수가 늘어간다는 의미와 동일하리라. 올해는 유독 송년회가 많다. 하루에 점심과 저녁 ‘더블헤더’로도, 이틀 연속으로도 송년회에 참석해 보았다. 성당의 성탄제가 끝나고 나선 같은 구역의 사람들과 노래방에서 송년회를 했다. 음주와 가무. 이미 오랜 옛날부터 중국의 기록이 전하는 한민족의 특성이라고 하던가. 특히 알콜이 들어가야 술기운을 빌어 흥청이게 되는 놀이 문화의 하수인 나에 비해, 구역 사람들은 맨 정신으로도 술 취한(? 표현 능력도 하수라 죄송) 사람들처럼 신명나게 놀 수 있는 ‘강호’의 고수들이었다.^^ 모두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2010.12) 2013. 7. 24.
샌디에고의 '식객'들 샌디에고에서 음식의 고수들은 식당의 주방에 있지 않고 일반 가정집에 있다고 하면 식당 주인들이 화를 낼까? 곰탕에, 부대찌개에, 수육에, 비빔밥에, 해물탕에... 샌디에고에 살면서 아내와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먹은 음식들은 식당에서가 아니라 초대 받아간 가정집에서였다. 주위에 그런 빼어난 손맛을 지닌 분들이 요식업계에 진출하지 않은 것은 이른 바 '외식 체질'인 아내와 내게 샌디에고 생활의 불만(?) 중의 하나이다. 이번에 송년회를 겸한 CS님 댁에서의 식사 또한 그랬다. 직접 소스를 뿌리고 숯불에 구워내온 스테이크는 샌디에고의 이름난 스테이크식당을 넘어서는 맛이었다. 거기에 더해진 적절한 와인의 선택까지. 즐거운 저녁이었다. HAPPY NEW YAER!!!! (2010.12) 2013. 7. 24.
7월 21일 일요일 하루 일요일, 하이킹을 가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아내의 몸 상태가 갑자기 찌뿌둥해진 탓이다. 이틀 전부터 까닭 없이 기운이 없고 어지럽던 증상이 좀 심해진 듯 했다.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며 뒹구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내친 김에 기운이 떨어진 아내를 위해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한동안 음식 만들기에 재미를 붙여 시도를 하다가 몇 가지 음식에 자신이(?) 붙은 뒤로는 그것만 반복하여 만들어온 터라, 이번엔 아내의 입맛도 돋우고 기분도 전환시키기 위해 새로운 음식을 골라 보았다. 아침엔 아몬드와 잣, 그리고 호두 등과 물을 섞고 믹서기에 갈아 흰 밥과 함께 끓여 ‘견과(堅果)류 짬뽕’죽을 만들었다. 고소한 맛 삼총사로 만드니 합친 맛도 고소했다. 아몬드는 사온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잣은 아내가 고깔.. 2013. 7. 23.
SAN DIEGO ASIAN FILM FESTIVAL 매년 10월이면 아시안영화제가 샌디에고에서 열린다. 한국 영화도 몇 편씩 상영된다. 이곳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유일한 기회이다 보니 아내와 나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행사다. 출품된 영화 대부분이 메이저 제작사의 상업 영화가 아니라 저예산 독립영화나 다큐영화들이서 더욱 좋아한다. 한국에 있다고 해도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인디스페이스'를 찾아가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영화들 아닌가. 올해는 『회복(RESILIENCE)』이나 『차정희에 관하여(IN THE MATTER OF CHA JUNG HEE)』 등의 한국의 해외 입양아에 관한 다큐멘타리 영화가 많았다. 『차정희에 관하여』 는 엄격히 말하면 '차정희'라는 한국 이름의 미국인 DEANN BORSHAY LIEM 이 만든 미국 영화였다. 그녀는 8살이었던.. 2013. 7. 23.
딸아이가 왔다 딸아이가 왔다.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라 꿈처럼 느껴졌다. 딸아이의 직장이 9일의 추석 연휴를 확정한 것이 연휴 시작 불과 일주일 전. 연락을 받고 한국의 여행사에 바로 문의를 하였지만 ‘황금연휴’답게 미국으로 오는 항공편 좌석은 모두 만석이었다. 어린 아이 떼를 쓰듯 평소 안면이 좀 있는 (있다고 생각하는) 여행사 사장님에게 염치 불구하고 졸라댔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해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마음씨 좋은 사장은 나의 억지에 난처한 웃음만 흘릴 뿐 자신이 없어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한항공의 고객 센터에도 메일을 보내보았다.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안타깝지만 좌석이 없다’는. 연휴 일자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겉으로는 여행사를 졸라대는 횟수와 강도를 높여갔지만 점차 포기 쪽.. 2013. 7. 23.
믿을 수 없는 일 김광규 시인의 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1897년 라인란트에서 태어났다. 25세 때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당에 가입, 4년 만에 나치스의 베를린 대관구 지도관이 되었고, 나치스 기관지 『안그라프』의 편집국장으로 6년간 활동하였으며,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자 국민 계몽 및 선전 담당 장관이 되었다. 검열, 금지, 수색, 압수, 분서, 연행, 구속 , 투옥, 처형 등을 통하여 그는 문학, 예술 , 언론, 방송, 영화 등 거의 모든 문화 공보 분야를 획일적으로 탄압, 통제하였다. 그는 또한 유태인 박해의 선봉이기도 했다. 독재자에 대한 그의 충성과 파시즘에 대한 그의 신념이 얼마나 투철했던가 하는 것은, 히틀러가 유언에서 그를수상으로 임명해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1945년 제3국이 패망하자.. 2013.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