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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40

지난 여행기 - 2003방콕·푸켓1 1. 어떤 방콕 택시 수쿰윗 로드에서 공항가는 길은 90년대 초반 이래 수십 차례의 방콕 출장동안 가장 눈익은 길이다. 택시가 스쿰윗을 벗어나면서 공항으로 가는 EXPRESS WAY로 접어 들지 않았을 때 단호하게 차를 세우고 내려서 다른 차로 갈아타야 했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지나치고 나서야 문득 운전사에게 왜 공항 쪽으로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주 서툰 영어와 태국어를 섞어가며 이리로 가도 된다고 ‘SAME! SAME!’을 반복하며 ‘마이펜라이’(괜찮다)를 연속해서 덧붙였다. 처음엔 그저 그러려니 하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공항이야 외길이지만 김포공항 가는 길은 강변북로로 가도 되고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도 되지 않는가. 비행기 도착시간까지는 시간도 넉넉하여 설혹 .. 2017. 9. 21.
지난 여행기 - 2002(7월)방콕2 3. SHEARTON GRANDE SUKUMVIT 급하게 왔으니 느긋히 쉬어야 했다. 느긋하게 왔어도 그랬겠지만. 쉐라톤그랑데의 수영장은 아기자기 하여 물놀이에 그만이었다. 게다가 수영하는 사람이 우리뿐이어서 조용하고 한산하기까지 했다. 4. SHANGRI -LA BANGKOK 주로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계획한 여행이었다. 대신 호텔을 두 곳을 이용하여 보았다. 쉐라톤그랑데에 이어 짜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샹그릴라호텔에 묵었다. 명성대로 이쉬운 점 없는 곳이었다. 강을 보며 먹는 아침도 좋았다. 점심도 밖에 나가지 않고 풀바 POOL BAR에서 시켜 먹었다. 2017. 9. 18.
지난 여행기 - 2002(7월)방콕1 1. 짧고 급한 여행 여행 준비가 오랠수록 선택의 폭은 커진다. 항공기의 스케쥴과 요금에서부터 숙소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여행자가 유리한 입장에서 주어진 여건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EARLY BIRD'일수록 좀 더 경제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름 휴가철이란 성수기에 제헌절까지 끼어있어 이틀만 투자하면 토요일, 일요일까지 5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7월 중순은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눈치를 보며 급하게 결정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자칫 그림의 떡이 되기 십상이었다. 사정이 허락된다고 해도 그 다음이 문제였다. 어떤 유리한 선택도 할 수 없는 특수기에 천정부지의 항공료를 지불하고 세 식구가 여행을 계획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틀 말미의 짬과 저가항공.. 2017. 9. 18.
지난 여행기 - 2002(2월)방콕1 1. 그래 태국!!! 세상에는 보통 사람들이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어떤 것을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책마다 길이가 다르게 나오는 한강의 정확한 길이가 궁금하여 직접 자신이 그 길이를 재보려 나섰다가 우리 국토의 참모습을 헤아리는데 삶을 바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어린 시절 마을 뒷산에 피던 야생화의 아름다운 기억을 못잊어 고향을 떠나온 뒤에도 틈만 나면 야생화를 찾 아다니며 카메라에 담다가 야생화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는 그 짧은 순간에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무엇인가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휘감는 진한 운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연이란 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하지 않던가. 딸아이와 태국과의 만남을 그렇게 거창한 범주에 넣을 .. 2017. 9. 14.
지난 여행기 - 2001방콕·푸켓·끄라비2 2. 방콕에서 업무출장을 포함하여 수십 차례 태국을 다녀왔으면서도 크리스마스가 태국에서 휴일일까에 대하여 한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이번에 방콕에서 만난 K의 말을 통해서야 비로소 태국에선 12월 25일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내가 세상을 보는 눈 역시 틀 속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된다. 공휴일은 아니어도 방콕의 호텔과 이름난 백화점 앞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양배추와 콘돔’이라는 연극 제목같기도 하고 성인용 비디오 제목같기도 한 이 이름은, 뜻밖에도 방콕의 스쿰윗 소이 12에 있는 식당의 이름이다. 콘돔이 우리 생활 속에서 야채처럼 쉽게 발견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 2017. 9. 10.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4 33. 샹그릴라 디너크루즈 A와 T의 집들이를 마친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려 길을 나섰다. 샹그릴라호텔에서 운행하는 디너크루즈를 타기 위해서였다. 딸아이는 지난 여름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에서 샹그릴라에 묵어본 후 샹그릴라의 팬이 되었다. 로비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쵸코렛 냄새가 알맞은 정도로 달콤하게 풍겨왔다. 갈색과 흰색의 쵸코렛을 조각하여 만든 대형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커피�痔�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역시 샹그릴라답다며 찬사를 보냈다. 우리는 챠오프라야 강가로 나가 배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저녁바람이 살풋이 불어와 주었다. 목욕을 마친 후의 개운한 피부에 와닿는 상쾌한 저녁바람을 나는 좋아한다. 한대수의 노래처럼 행복은 때로 '춤추는 산들바람을 느.. 2017. 8. 25.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2 31. 엠포리움 백화점과 짜뚜짝 시장 시인 안도현은 이 세상살이가 살기 힘들고 외로워진 것은 도시가 생겼기 때문이고 도시가 생기면서 장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편리함과 세련됨을 상징으로 하는 도시의 삶은 종종 끈끈한 사람과의 관계를 바탕에 두지 않는 메마르고 앙상한 모습이기 십상이라는 뜻일 것이다. 우리의 전통 생활 속에서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장소 이상의 의미였다. "오랫동안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우리네에게 5일만에 서는 장날은 곧 모두의 만남의 장이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소식을 전해주고 받는 삶의 총체적 현장이었다. 인터넷이나 전자 상거래 등 정보와 생활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루어지는 가상공간이 아니라 실제 구체적으로 현실에 .. 2017. 8. 24.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1 *여행 시기 : 2000년 12월 ============================================================== 29. 여행은 그냥 노는 것 도끼, 사진기, 방망이, 화투, 휴지, 거울, 젓가락, 젖병, 풀...... 이 단어들을 보고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각각의 단어 사이에는 발음상으로도 뜻으로도 어떠한 연관성도 없어 보였다. 그것들은 딸아이의 친구들과 후배들이 고입선발고사 전날 수험생인 딸아이에게 보내 준 것들이다. 도대체 이런 물건들이 시험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도끼에 화투라니.....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끼모양의 상자 안에 든 엿과 커다란 화투곽 안에 들어있는 사탕이라니...... 의아해하는 나와 아내에게 딸아이는 설명을 해주었고 그 연후에야 우리 .. 2017. 8. 24.
지난 여행기 - 1999 방콕&푸켓5 13. 식당 "SALA RIM NAM"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다시 전철을 타고 오리엔탈 호텔의 부속 식당 SALA RIM NAM으로 향했다. SALA RIM NAM(이하 S.R.N.)은 '강변의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원래는 어제 저녁에 가 볼 계획이었는데 예약이 완료되어 하루를 늦추게 되었다. LONELY PLANET에는 '가격이 보통을 훨씬 상회하지만 음식도 공연내용도 태국식 건물의 내외 장식도 그러하다'고 쓰여 있었다. S.R.N.은 오리엔탈 호텔의 강 건너편 THONBURI 쪽에 있어 호텔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배를 타기위해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 4인조 실내 악단의 연주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를 들었다.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2017.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