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미국305 LAGUNA MOUNTAIN 트래킹 *위 사진 : 미국인들의 RV차량을 동원한 캠핑 모습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던 게 언제였던가? 80년대 중반 이후로는 텐트를 치지 않았으니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인가보다. 그때 가족들과 바닷가나 계곡에서 며칠 밤을 보내는 수단으로 테트를 치기도 했지만 내게 텐트는 아무래도 머무르기 위한 숙소의 개념이 아니라 신속한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보조적 개념이 강했던 것 같다. 한 곳에서 진을 치고 맛난 음식과 느긋한 휴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까지 걷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에 찌든 땀을 닦아내고 쓰러져 잠든 후 깜깜한 아침 새벽에 일어나 일단 출발을 한 후 동이 터 올 무렵 적당한 물가에서 비로소 세면을 하고 아침 취사를 하는 식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내려온 무수한 별들과 함께 했던 설악산 대청봉과 .. 2012. 5. 14. 메사버드, 그리고 페인티드 데져트 와 '화석의 숲'(그래드서클 끝) 메사버드 국립공원 MESA VERDE NATIONAL PARK 코르테즈 CORTEZ의 COMFORT INN은 만족스럽고 잠은 푸근했다. 컴포트인은 베스트웨스턴 BEST WESTERN이나 라마다 RAMADA처럼 깔끔한 중급의 숙박체인이다. 굳이 예약을 하지 않고 가더라도 미국 여행 중에 맥도날드만큼이나 자주 만날 수 있고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언제든 이용이 가능한 숙소라 편리하다. 잠자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부대시설은 보통 간략하거나 생략되어 있는 편이다. 우리가 코르테즈에서 묵었던 컴포트인은 실내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이채로웠다. *위 사진 : 뉴멕시코주 코르테즈시의 컴포트인 메사버드 국립공원은 코르테즈에서 10여분의 거리에 있었다. 공원 입구까지가 그렇다는 이야기고 입구에 들어서서도 .. 2012. 5. 8. 캐년랜즈와 모뉴멘트 밸리 캐년랜즈 국립공원 CANYON LANDS NATIONAL PARK 모압 MOAB은 아치스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와 캐년랜즈 국립공원을 돌아보기 위한 베이스캠프로서 최적인 자그마한 도시다. 두 공원과 거리상으로 매우 가깝고 식당과 숙소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묵었던 RED STONE INN은 이름부터 모압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고 아담한 숙소였다. 전자렌지와 냉장고 정도가 있는 방은 단출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하룻밤을 묵어가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위 사진 : MOAB 시내의 작은 숙소 RED STONE INN 우리는 아침식사를 캐년랜즈의 공원 내에서 하기로 하고 출발을 서둘렀다. 오늘도 캐년랜즈와 모뉴멘트밸리를 거쳐 콜로라도주의 코르테즈 CORTEZ.. 2012. 5. 7. 아치스공원의 길을 걷듯 브라이스캐년을 나와 아치스 ARCHES 로 향하는 길. 89번 도로를 탔다. 길옆으로 인적이 없는 산들과 사이사이 목장이 스쳐갔다. 노랗게 변해가는 초원과 나뭇잎 사이를 노닐며 풀을 뜯는 말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한가롭기 그지없어 보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과 맑은 하늘, 투명한 햇살과 차안을 가득 채운 음악. 어느 산길에서 차를 세우고 가스레인지를 꺼내 커피를 끓였다. 길옆으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을 보며 아내와 함께 마시는 인스턴트커피 한 잔. 마음속에선 자꾸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89번 다음의 70번 도로는 인터스테이트 프리웨이로 도로 폭이 훨씬 넓어졌다. 속도 제한도 70마일로 높아졌다. 도로 주변은 목장 같은 목가적인 풍경 대신에 황량한 사막을 보여주고 있었다. 직선으로 뻗어나간.. 2012. 5. 4. 천국의 길,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 브라이스캐년 가는 길 반나절만에 넓고 깊은 자이언국립공원을 돌아보겠다는 계획부터가 사실 무리였다. 그 시간동안 방문 가능한 몇 곳을 남겨두고 그보다 몇곱절 많은 공원의 여러 곳을 가지치기 하듯 제외시킬 때부터 아쉬움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단 한번의 트레킹만으로 자이언의 일정을 마치고 떠나려하니 미진함이나 아쉬움이 예상보다 크게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자이언이 주는 매력과 유혹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서둔다고 세상 모두를 볼수 없는 것도 아니고, 또 더 많이 본다고 여행의 의미가 정비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도 아닌 터에 왜 이렇게 늘 여유롭게 계획하지 못하는 것인지 내가 하는 여행 자체가 한심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어쩌랴. 우선은 선불로 지불한 앞길의 숙소를 놓치지 않.. 2012. 5. 3. 깊고 오랜 자이언 ZION 계곡 라스베가스 LAS VEGAS 를 지나며 산모퉁이를 돌자 프리웨이의 저 편 끝으로 거대한 불빛이 떠있다. 마치 어둠의 바다 속에 떠있는 섬처럼 보였다. 라스베가스였다. 불빛은 일대의 하늘을 환하게 물들이며 마치 그곳으로부터 동이 터오는 듯 했다. 새벽 4시. 샌디에고를 떠난지 5시간만이었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던 불빛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갖가지 색상과 모양의 네온사인으로 세밀하게 분화하며 더욱 화려해져 갔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포기했다. 아내가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의 시작일 뿐이고 아직 갈 길은 멀었다. 비록 낡은 슬리핑백을 깔고 덮은 채로 웅크리고 자야하는 불편한 잠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두는 것이 다가올 며칠의 여정을 위해 사진 한 장보.. 2012. 5. 3. 그 곳, 요세미티 YOSEMITE 야간운전 미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야간출발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다소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월급장이에게 주어진 주말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8시간 동안 대략 750KM 달려야 갈 수 있는 요세미티 역시 그렇다. 아침 출발이 상큼하기야 하겠지만 하루 종일 달린 끝에 저녁이 되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온전한 하루를 소비하게 되면 주말여행객의 나머지 일정이 영 옹색해지고 마는 것이다. 퇴근을 하여 이른 저녁을 먹고 밤 열시에 출발을 하기 위해 잠시 눈을 붙였다. 억지로 자야 하는 잠은 원래 쉽게 들지 않는 법이지만 감기 기운이 있어서인지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게다가 곤하게 잠든 나를 깨우기가 힘들어 망설인 아내 덕분에 10시가 지나서야.. 2012. 5. 3. 산과 바다와 호수가 있는 길(샌디에고 주변) 우리는 걷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중의 하나가 여행이라는 말에 반감을 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 나 역시 여행만큼 꿈과 현실이 감미롭게 만나는 시간을 달리 알지 못한다. 그것은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편안한 휴식일 수도 있으며, 삶을 건 도전과 긴장일 수도 있다. 어떤 유무형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사라져 버린 것을 찾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다짐을 하거나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새로운 의미가 내다보이는 창문이기도 하고 익숙한 가치를 씻어내는 맑은 물줄기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로 말하건, 아내와 내게 여행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꿈같은 약속이 가득한 마법의 상자”가 된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나는 여행만큼이나 걷는 일.. 2012. 5. 3. PCH를 따라 9(끝).- 호사스러움의 극치, 허스트캐슬 보통은 아침에 아내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는데 전 날 강행군의 운전 때문인지 이 날은 아내와 같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깊은 잠을 잔 덕분에 몸은 개운했다. 휴일이 좋은 것은 잠에서 깨고 나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게으름을 피우는 아침의 잠자리는 여행만큼 감미롭다.. *위 사진 : 숙소의 주인장과 같은 날 묵은 투숙객들과 함께 한 아침식사 투숙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OLALLIEBERRY의 아침은 훈훈했다. 가깝게는 엘에이에서 온 젊은 부부가 있었고 멀리서는 프랑스에서 온 부부도 있었다. 주인인 미세스 MARJORIE의 싹싹한 음성이 밝고 기운찬 분위기를 북돋우었다. 여행이라는 행위 안에서 만난 인연으로 이곳 숙소의 아침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2012. 4. 27.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