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63 쌘걸100KM 2 3일차. 오늘은 호수와 골프장, 두 곳의 둘레길을 걷는다. 각각 10킬로미터씩이다. 먼저 호숫가를 걷고 난 후 차로 20분쯤 이동하여 골프장 주위를 돌 예정이다. 먼저 LAKE MURRAY.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호수이다. 샌디에고에는 호수가 많다. 겨울철을 제외하곤 비가 전혀 오지 않는 사막 기후라 그런지 곳곳에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놓았다. 그러니까 호수라기보다는 저수지가 더 적절한 명칭이겠다. 작고 아담한 머레이 호수가 다른 곳에 비해 특별한 차별성이 있어 걷는 코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샌디에고의 호수는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어디나 비슷비슷하게 아름답다. 머레이 호수는 다만 둘레길 편도 5킬로미터라는 거리가 확실하고 집에서 가까운 이유 때문에 선택하였다. 지난 이틀 동안의 .. 2014. 5. 9. 쌘걸100KM 1 주말을 끼고 5일 동안의 짬이 생겼다. 늘 그렇듯 여행을 생각했다. 하와이(빅아일랜드)를, 그곳의 활화산을 목표로 잡았다. 틈 나는 대로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아내의 의견도 물어가며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인터넷 예약의 클릭만 남겨둔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아내가 여행 대신에 이번엔 샌디에고의 이곳저곳을 오래 걸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여느 때완 다르게 가방을 꾸리고 공항을 통과하는 과정이 부산스럽게 생각되고, 먼 곳으로 가는 여행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 얼마 남지 않는 미국 생활이니 한 곳이라도 더 가보자는, ‘밀린 숙제 해치우기’ 식의 수동적인 여행 동기가 주는 권태(?)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오래 누적된 갈망이나 갈증이 없는 여행에 진한 해갈의 맛이 기대되지 않는 것은 당연.. 2014. 5. 9. 샌디에고걷기 샌디에고에서 가장 자주 걸었던 길은 사실 집 주변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스타벅스까지 걸어가 차를 마시고 오거나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코스트코까지 걸어가서 물건을 사오거나 하는 식. 어떨 때는 내가 먼저 차를 운전하여 가서 주차장에 세워놓고 달리기로 집으로 돌아와 다시 아내와 걸어가서 물건을 산 후 차로 돌아오기도 한다. 차로 보는 풍경과 걸으면서(달리면서) 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차창 밖의 풍경은 그저 지나가는 풍경이지만 걸으면서 보는 풍경은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는 풍경이다. 익숙한 집 주위의 풍경도 걷다가보면 새로운 모습을 얻게 된다. 계절 변화의 차이가 미미한 샌디에고에서도 풀과 나무는 계절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존재한다. 단순함의 반복인 걸음이 미세한 주변의 변화를 가르쳐줄 때 그것은 .. 2014. 5. 9. 샌디에고의 MISSIONBAY PARK 사람들이 물을 때가 있다. "샌디에고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 아내와 나는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해왔다. "토레이 파인즈 TORREY PINES(주립공원)요." 그곳에는 그곳에서만 자란다는 솔잎 길이가 어른 손 한뼘만한 소나무와 선명한 색상의 꽃을 피우는 관목과 풀,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 절벽과 시원스런 바다가 있다. 사람들이 또 물을 때가 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곳은?" 아내와 나는 잠시 망설이며 고민을 하다가 대답을 했다. "음...... 좋은 곳은 많지만 미션베이 MISSION BAY PARK 정도?" 그곳에는 푸른 잔디와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나무. 잔잔한 바다에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언제나 달리거나 걷고, 자전거를 타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아내와 다시.. 2014. 5. 9. 오직 이 말과 이 마음뿐 ...... ...... ...... 2014. 4. 20. 지난 국토여행기 4 - K형, 평화의 댐을 다녀왔습니다 2005년의 여행기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요즈음 저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의 기간이어서인지 부정한 독재 정권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코 '10년'만으론 이룰 수 없을 만큼 우리 사회의 해묵은 구태 세력의 토대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다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요즈음, '잃어버린 10년', 그 이전의 언어와 모습들이 되살아고 있는 듯 합니다. '문제가 있어도 돈만 벌어주면 안되냐'는 천박한 논리를 우리가 선택하고 부터, 분단 반세기 만에 겨우 숨통이 틔였던 남북의 관계는 얼어붙고, 이른 바 '좌파'에 대한 공격을 '국민윤리'로 착각하는 '매카시'의 후계자들이 활개를 치며, 사법부와 언론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7080'으로의 복고풍?이.. 2012. 7. 3. 지난 국토여행기 3 - 선암사에서 굴목이재를 넘다(끝) *위 사진 : 선암사에서 굴목이재로 오르는 길은 온통 선경이었다. 선암사에서 너무 시간을 보낸 탓에 굴목이재를 오르는 고개길은 다소 걸음을 재촉해야 했지만 아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후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서 산길엔 봄기운이 완연했다. 추위 때문에 입었던 두툼한 파커를 벗어도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휴식을 취하는 바위 옆 언덕엔 보랏빛 얼레지가 쫑긋이 고개를 들어 보이곤 했다. 선암사를 떠난지 20분이 채 안되어 만난 편백나무 숲은 다시 우리의 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인공림인지 자연림인지 모르겠으나 시원스레 쭉쭉 뻗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숲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끌어안고 심호흡을 해보았다. 가슴 가득한 청량감에.. 2012. 7. 2. 지난 국토여행기 1 - 남도의 땅끝으로 봄마중을 가다(끝) 해남을 떠날 시간이다. 바닷가를 따라가다 어느 밭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춰본다. 붉은 황토 속에 풀잎같은 초록의 마늘 싹이 줄지어 자라고 있다. 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럽고 여린 감촉이 느껴진다. 해남군 산이면에는 드넓은 밭에 가득한 배추가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의 냉기를 먹고 자란 씩씩한 월동배추들이다. 강인한 생명력이 녹아들어서인지 해남의 월동배추는 액즙이 풍부하고 유난히 달고 고소하다고 한다. 마늘과 배추를 보면서 어쩌면 봄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온 몸을 드러낸 채 춥고 어두운 숱한 밤을 치열하게 견디어 낸 것들이야 말로 이 봄의 주인 아닌가. 해남의 참다운 아름다움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도처에서 만나는 맑은 햇살과 바람, 그 아래 푸른 숲과 바.. 2012. 6. 27. 지난 국토여행기 1 - 남도의 땅끝으로 봄마중을 가다 4 *위 사진 : 대흥사 천불전의 꽃창살 묘향산 원적암에서 입적을 한 청허당 서산대사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가사(袈裟)와 발우(鉢盂)를 해남의 두륜산에 두라고 유언을 했다. 제자들이 왜 그렇게 멀고 외진 곳을 택하는지 궁금해 하자, 서산대사는 그곳이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라고 했다. 이로서 서산대사의 법맥은 대흥사에서 이어지게 되었다. 그 후로 대흥사는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 사진 : 대흥사로 오르는 구곡장춘동의 길 대흥사는 두륜산 계곡의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도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서산대사의 예언처럼 그 어떤 소란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보였다. 명당의 평화로움이 돌본 탓인지 길 양옆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아직 나.. 2012. 6. 26.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