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샌디에고77

샌디에고 걷기 14 - LAKE POWAY 앞마당에 오래 된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아내와 말했던 적이 있다. 노란 감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에 감꽃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감들이 샛노랗게 익어가는 가을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POWAY 호수로 가는 길 감나무농장이 있었다. 아니 일부러 감나무 농장을 돌아 POWAY 호수로 갔다. 눈에 보이는 계절의 변화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샌디에고에서 감은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주 듯 가지마다 휘어지게 달려 있었다. 계절은 계절 아닌 것이 없게 한다는 말. 요즈음 와서 더욱 실감나는 말이다. 감나무 앞에 아내를 세우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푸른 하늘과 노란 감들의 선명한 색감이 뷰파인더를 통해 진하게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LAKE POWAY는 푸른 하늘을 하나 가득 담은 채로 잔잔했다... 2012. 5. 30.
샌디에고 걷기 13 - DALEY RANCH 샌디에고집에서 북동쪽으로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에스콘디도 ESCONDIDO 시 근처의 옛(?) 목장터, DALEY RANCH. 이곳의 하늘이야 늘 푸르지만 낮아진 대기의 온도와 숲의 모습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한국의 가을처럼 확연한 것은 아니라 해도. 길가에 작은 꽃들이 피어나거나 벌써 시들어 있다. 자연은 늘 거대하고 섬세하다.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고 격렬하면서도 차분하다. 하늘과 땅의 모습을 바꾸는 웅장한 계절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작은 풀잎 하나, 꽃 한 송이 제 때에 피고 지게 보살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있어야 할 것을 반드시 그 자리에 있게 한다. 해서 자연 속엔 우연도 없고 불필요한 것도 없으며 미물 또한 없다. 산허리를 따라 또아리를 틀며 길을 내려오자 평지가 나타나고 길 한쪽에 .. 2012. 5. 30.
샌디에고 걷기 12 - BALBOA PARK TRAIL 걷기는 아내와 내가 만드는 가장 작고(?) 간단한 여행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의 걷기는 더욱 그렇다. 차나 비행기의 안전벨트 속에서 보내야하는 군더더기 시간이 없어 주어진 시간의 효용성이 높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 공원은 많을수록 좋다. 근본적으로 인간 이외의 생명이 깃들기가 힘든 시멘트 구조가 대세인 서울에서 살다온 아내와 내게 샌디에고는 도시 자체가 공원으로 보이지만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은 부러움 섞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중에서도 BALBOA PARK는 샌디에고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초록의 잔디, 크고 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정겨운 숲. 부드러운 흙길. 걸음걸음이 가볍고 산뜻하다. 발보아공원엔 곳곳에 여러 박물관이 도열하 듯 서 있지만 그곳을 들어가지 않고 그냥 공원을 서성이 듯 걷.. 2012. 5. 30.
DOHENY STATE PARK에서의 하룻밤 DOHENY STATE PARK는 샌디에고와 엘에이의 중간 쯤에 있는 해변이다. 집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의 거리는 운전의 부담은 적은 반면 어딘가로 떠나왔다는 기분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정된 장소에 차를 세우자마자 서둘러 바닷가부터 나가보았다.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진 해안선과 직선의 수평선, 모래와 파도와 하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단순한 풍경이면서도 바다는 바라볼 때마다 늘 가슴 후련한 만족감을 가득히 안겨준다. 해변에서 돌아와 텐트를 쳤다. 옆 자리는 커다란 RV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 난 아내와 내가 부러움 섞인 관심을 보이자 주인 양반이 선뜻 내부 구경을 시켜준다. 아내와 나로서는 처음 구경하는 RV차량의 내부였다. 길이가 10미터 정도 되는 대형 차량이어서 침실도 주방도 거.. 2012. 5. 29.
샌디에고 걷기 10 - 다시 LOS PENASQUITOS 아내와 샌디에고의 LOS PENASQUITOS 트레일을 걷고 여행기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그곳을 다시 걸었습니다. 같은 경로는 아니고 그때는 동쪽에서 중간지역까지 걸었다면 이번에는 서쪽에서부터 걸어갔습니다. 그 계곡의 중간쯤에 샌디에고에서는 믿어지지 않을만큼의 폭포(라기에는 좀 낮지만 지도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음)가 있어 반환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같은 목표를 향한 다른 접근 방법. 여러갈래 길. 한때 우리 사회는 생각과 말과 행동의 다양성에 목말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자유를 갈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온 삶을 그 자유를 위해 던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갈래길 누가 말하나 이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길 누가 말하나 저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길 가다 못갈길 뒤돌.. 2012. 5. 24.
샌디에고 걷기9 - SAN ONOFRE STATE BEACH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서울에 살면서 북한산이 얼마나 우람하고 당당한지 출렁이는 한강물이 얼마나 유장하고 넉넉한지 경복궁 근정전의 지붕선이 얼마나 유연하고 자연스러운지 등등에 대하여. 서울에서는 너무 흔하고 가까운 것들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는 늘 먼 곳에 마음을 두고 지낸다. 그러나 낯선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흔하고 익숙해서 편안한 것들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직원 가족들과 캠핑을 계획하면서 샌디에고 인근 바닷가에 줄지어 있는 캠핑장을 인터넷에서 뒤져 보았다. 바닷가를 따라 캠핑장 또한 무수히 많으니 한두 가족의 캠핑 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 2012. 5. 23.
샌디에고 걷기8 - HILLCREST HILLCREST는 샌디에고 다운타운의 북쪽, 발보아파크 BALBOA PARK와 가까운 곳에 있다. 20세기 초에는 샌디에고의 새로운 주택지로 주로 전문직종의 화이트칼라 계층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당시의 세렴됨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휴일 아침. 힐크레스트의 크레스트 카페에서 오믈렛과 오렌지쥬스로 늦은 아침을 먹고 중심 거리인 UNIVERSITY AVENUE와 WASHINGTON STREET를 걸어보았다. 힐크레스트는 60년대에 약간 쇠퇴기를 거쳤다지만 70년대 후반 이후에 힐크레스트의 매력을 다시 회복하려는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이름난 식당과 카페, 그리고 BOUTIQUE들로 가득한 곳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힐크레스트를 생각할 때 GAY 와 .. 2012. 5. 23.
샌디에고 걷기7 - GASLAMP QUARTER GASLAMP QUARTER가 있는 샌디에고 시내까지 빨간색의 예쁜 전철을 타고 갔다. 전철은 진즉부터 아내와 타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펫코파크에 야구구경을 가면서 몇번 타본 적이 있지만 아내는 처음 타보는 것이었다.) 전철 한번 타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작심까지 하느냐고 웃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까운 슈퍼조차도 직접 차를 몰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이곳 샌디에고의 상황인지라 전철과 버스로 실낱 같이 이어놓은 이곳 대중교통은 진귀한 것이고 그래서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때에 따라 작심까지 해야하는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미국에서(적어도 서부지역에서) 자가용은 편리하고 안락한 사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선택적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것 아니면 달리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필.. 2012. 5. 23.
샌디에고 걷기6 - LOS PENASQUITOS CANYON 아내가 미국으로 온 후 한달 동안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트레일을 여러 번 걸었다. 그를 통해 수술 후 자신의 체력 저하를 염려하였던 아내는 얼마간 자신을 회복한 듯 했다. 이번엔 그간의 체력 강화를 바탕 삼아 좀 더 긴 거리를 걷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있는 LOS PENASQUITOS CANYON PRESERVE 에는 왕복 8마일(13키로미터) 정도로 두시간 반정도 걸리는 길이 있다. 캐년이니 보존지역이니 하니까 굉장한 어떤 것이 있는 곳인 것 같지만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있는 평범함 숲일 뿐이었다. 참나무의 군락과 야생화가 공존하는... 그러나 마을 사이에 있는 숲이면서도 야생노루도(사슴?) 살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야성을 가진 숲이었다. 다른 트레일과.. 2012.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