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미국305 워싱턴 DC 단상3 - THE PHILIPS COLLECTION 필립스 컬렉션은 1921년에 오픈하였으며 미국 최초의 개인 소유 현대 미술관이라고 한다. 덩컨 필립스는 물려받은 유산으로 미술품을 수집에 매진했다. 그 결과 프랑스와 미국의 인상파 작품을 포함한 약 3천 점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주택을 개조하여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지하철 레드라인 뒤퐁 DUPONG 역에서 걸어가면 되는 곳에 있다. 필립스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도 부럽고 그걸 사용하는 방법도 부럽다. 그리고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도 부럽다. 우리나라의 간송 전형필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부러웠던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연 풍경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마다 있는 박물관, 특히 미술관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우열이 없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우리.. 2013. 12. 5. 워싱턴 DC 단상2 - 마틴 루터 킹목사 벚꽃축제는 봄철 워싱턴 DC의 가장 유명한 행사이다. 티달 베이슨 TIDAL BASIN 둘레길을 따라선 오래된 벚꽃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벚꽃이 진 후였지만 잎이 무성한 나무와 호수의 물이 어우러진 풍경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1912년 미국과 일본의 우호증진을 위해 동경시장이 당시 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WILLIAM TAFT)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DC에서는 벚꽃도 정치의 소산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태프트가 누구인가?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웠던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당사자이다. 1905년 7월 일본 수상이었던 가쓰라 타로와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특사였던 태프트 국방장관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서로 인정하고 동의했다. 식민지 나눠먹기의 밀약이었다... 2013. 12. 5. 워싱턴 DC 단상1 - WHITE HOUSE ‘위싱턴 특파원’이라는 말은 귀에 익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자주 듣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워싱턴이 각종 소식의 원천이고 그 소식은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두고 사는 우리에게도 자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겠다. 어디 우리뿐이겠는가. 좋든 싫든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워싱턴에서 나오는 뉴스를 흘려듣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워싱턴 D.C.(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 이하 DC)는 미국의 수도라는 의미 이상이다. 미국 정치의 중심이자 세계 정치의 중심이다. DC는 탄생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1789년 조지워싱턴을 초대대통령으로 연방정부가 탄생하였을 때, 각 주마다 수도 유치를 위해 각축을 벌였다. 그 정치적 타협이, 미국의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 2013. 12. 5. 샌디에고 SANTEE LAKE 앞선 글에 쓴 대로 샌디에고엔 호수가 많다. 샌디에고 동쪽 SANTEE 지역에 있는 쎈티 호수도 그중의 하나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라고 한다. 호수 주변으로 텐트와 RV캠핑장이 있고 방갈로도 몇 채 있다. 해질 녘 가까운 시간. 호수 주위를 따라 아내와 걸었다. 바람도 잔잔한 저녁, 거울처럼 누워있는 수면 위론 몇 마리의 오리들이 미끄러지듯 헤엄을 치며 파문을 만들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먼 곳에서 여행을 떠나와 짐을 푼 듯한 사람들은 호숫가 가까이 탁자와 의자를 내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간히 왁자지껄한 웃음을 터트리다간 곁을 스쳐가는 우리에게 미소와 함께 정겨운 눈인사를 건네주기도 했다. 저녁 어스름이 살포시 피어오를 때까지 호숫가를 걸으며 아내와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 2013. 12. 2. 빠른, 그러나 오래된 여행 딸아이가 다녀갔다. 짧지만(혹은 짧아서 더) 달디 단 시간이 흘러갔다. 아내는 미국에서 좋은 풍경이나, 재미있는 공연이나,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옷을 보거나 하면 늘 딸아이의 이름을 들먹이곤 한다.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고르면 좋았을 텐데......” “좋았을 텐데.....좋았을 텐데.....좋았을 텐데.....” 딸아이가 머무는 단 며칠 동안 아내는 꼽아두었던 그간의 ‘안타까움’들을 농축해서 소화해야 했다. 개학 하루 전날 방학숙제를 끝내야 하는 초등학생처럼 시간이 초조할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다. 그래도 매 순간마다 잘 익은 달걀의 노른자처럼 보드라운 감촉이 만져질 것 같은 시간이었다. 라스베가스.. 2013. 12. 2. LAKE MURRAY 샌디에고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여럿 있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쯤 떨어져 있는 머레이 MURRAY 호수. 둘레길을 따라 아내와 걸어보았습니다. 잔돌이 널려있는 부드러운 흙길. 잔잔한 파란 물에 잠긴 파란 하늘. 사위는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억새. 가을이 깊은 날이었습니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 하도록 명해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무르익도록 이끄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송이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깨어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 떨어져 .. 2013. 11. 25. 샌타 카탈리나(SANTA CATALINA) 섬 이런저런 일로 가끔씩 LA에 갈 일이 생긴다. 사실 미술관을 가거나 류현진의 야구를 보러 가는 일이 아니라면 LA라는 도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잡한 교통 때문이다. 미국 생활 수년 동안 샌디에고의 (출퇴근 시간만 제외한다면) 한적한 교통 흐름에 익숙해진 터라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엘에이의 교통엔 운전석에서 자꾸 몸을 뒤틀게 된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이러다 서울에 가면 어떻게 운전을 하겠냐?"고 혀를 차곤 한다. (꼭 교통체증 때문만은 아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아예 자동차를 갖지 말까 생각 중이다.) 좀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카풀 CARPOOL 레인을 타기 위해 엘에이행은 대부분의 경우 아내와 동행을 한다. 카풀선은 탑승자가 2인 이상인 차량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2013. 11. 25. 결혼29주년 기념여행 당신에게 결혼 29주년 올해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는 부산함 속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6년 동안 익숙하고 친근했던 것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과 다시 낯선 곳에서 맞이할 새로운 시간에 대한 흥분과 은근한 부담감이 뒤섞인 이런저런 감정 탓일 겁니다. 돌아다보면 6년이건 29년이건 지나간 시간은 늘 수많은 변화와 굴곡의 기억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것 모두를 우리의 삶을 다져온 소중한 의미로 즐겁게 회상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순간도 우리가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서툰 나의 솜씨지만 저녁 식탁을 준비하고 당신과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맑고 투명한 수채화 같은 기억들만을 꺼내어 당신과 웃고 싶습니다. 어느 공원길에선가 처음 손을 잡던 날의 설렘과 수줍음이나. 오래도록 말없이 걸었던 코.. 2013. 11. 8. 엘에이 공항의 변모 미국에 처음 올 때 가장 실망스럽게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엘에이공항(LAX)의 후진 모습이었다. 인천공항이라는 최신식 모습에 익숙해진 눈으로 바라본 엘에이 공항은 과장을 섞는다면 ‘석기시대’ 수준이었다. 미국과 미국 서부 최대의 도시에 거는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항의 후줄그레한 모습에 이어지는 입국심사대(세관검사대)의 소란스러움, 오랜 기다림과 지문을 찍고 사진을 찍는 절차의 복잡함에, 간간히 더해지는 심사원들의 권위적인 행동은 미국이란 나라의 시스템에 회의마저 갖게 했다. 그 엘에이 공항이 최근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몇 년 동안의 개보수 작업을 거친 결과이다. 보안검색대 이전에 있던 면세점들이 내부로 옮기면서(옮기는 중?) 화려해졌다. 이른바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아직 많은 .. 2013. 10. 2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