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한국463 제주살이 25 - 올레길 6코스 올레길 6코스는 쇠소깍에서 시작하여 해안길을 지나 서귀포 도심의 제주 올레 여행자 센터까지 11km이다. 올레 가이드 북에는 난이도 하(下)의 걷기에 편한 길로 나와 있다. 쇠소깍은 민물인 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투명한 초록빛 연못(沼)이다. 사람들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연못에 흩어져 유유자적 떠다닌다. 바다 쪽에 형성된 검은 모래의 해변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다. 쇠소깍을 지나면 게우지코지와 생이돌을 지난다. 입구에 세워진 설명에 따르면 게우지코지는('게웃'이 전복 내장) 지형이 전복을 닮은 모양이어서 유래되었다. 생이돌은 게우지코지 안에 있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로 철새(생이)들이 쉬어가는 바위라 하며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찻길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들어가 보면 마.. 2021. 11. 21. 제주살이 24 - 올레길 5코스 위 사진은 버스 정거장에 붙어 있던 포스터다. 글이 재미있어서 찍어 보았다. 개별적으로 모르는 단어가 몇 개 있지만 문장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문제가 없다. '봉근'은 '보다'라는 의미로 예상하며 알아보니 '주운'이라는 뜻이었다. '하영'은 문맥 상으로 '많이'와 같은 말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삼촌'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읽으며 알게 된 단어다. 제주도에서 '삼촌'은 반드시 친인척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일반 명칭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르는 사람을 부를 때도 삼촌이라고 한다. 위미항 근처 바닷가 길을 따라에 제주말을 써놓은 비석이 줄지어 있었다. 하나하나 읽다보니 어떤 제주말은 제주 토박이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 같았다. 버스정거장에도 그렇게 '제주스러운' 이름들.. 2021. 11. 15. 제주살이 23 - 올레길 4코스 여행 전 올레길 걷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계획하면서 몇 코스를 걸어야겠다던가, 걷기 시작한 코스는 반드시 끝까지 걷겠다던가 하는 식의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숙소에서 가깝거나 버스로 접근이 쉬우면서도 아내의 체력을 감안하여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곳을 짬짬이 걸어보고자 했을 뿐이다. 코스도 순서대로 걷지 않고 그때 그때 사정에 따라 편리함을 우선하여 선택하였다. (여행기는 편의상 코스 순서대로 정리했다.) 재미삼아 코스마다 확인 도장을 찍는 올레패스포트를 샀다. 패스포트의 이름을 적는 난에는 "장돌뱅이와 곱단이"로 적었다. 제주도에 자주 와서 425킬로미터, 26개의 올레길 전 코스를 완주할 수 있으면 물론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올레 4코스는 표선해수욕장에서 시작된다. 올레길을 걷기 전에 장이 열리.. 2021. 11. 14. 제주살이 22 - 숙소와 이웃'괸당' 우리가 묵었던 큰엉코지 숙소는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1.5룸이었다. 수납공간이 넓은 붙박이장과 깔끔한 부엌살림을 갖추어 아내와 둘이서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숙소 옥상에선 한라산이 멀리 건너다 보였다. 아침저녁으로 옥상에 자주 올랐지만 한라산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드물었다. 제주에 머문 한 달 동안 맑은 날이 대부분이었음에도 한라산 윗부분에는 자주 두터운 구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름이 없으면 완만한 경사의 넉넉함으로, 구름에 가리어지면 드러나지 않은 신비로움으로, 한라산은 영산(靈山)으로서의 고고한 위엄을 잃지 않았다. 숙소 뒤쪽에는 작은 귤밭이 딸려 있었다. 큰길이 지나는 숙소 전면에서 불과 십여 미터 안쪽일 뿐인데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장소였다. 주인은 아침에 커피 한 잔.. 2021. 11. 12. 제주살이 21 - 서귀포의 섬들 한라산 주위에 오름이 있다면 제주도 해안엔 크고 작은 유·무인도가 있어 풍경에 활력과 짜임새를 더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중산간이나 해안이 조금은 무덤덤해지고 지루해졌을 것이다. 유아독존의 장엄함이나 일필휘지의 장쾌함을 보이는 풍경만큼이나 아기자기하게 자상한 풍경도 마음을 끄는 법이다. 서귀포항을 중심으로 4개의 섬이 부채처럼 퍼져 있다. 동쪽으로부터 섶섬, 문섬, 새섬 그리고 범섬이다. 올레길 6코스와 7코스를 걷다 보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어느 섬이나 육지에선 보기 힘든 진귀한 난대림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섶섬은 섭섬, 삼도(森島)라고도 부른다. 또는 섬 전체가 숲이 우거져 숲섬이라고도 한다. 올레길 6코스가 지나는 구두미 포구 앞바다에 손에 잡힐.. 2021. 11. 9. 태릉 - 강릉 숲길 '태강릉 숲길'은 1년에 두 번 (5월 16일 ∼6월, 10월 ∼11월) 개방된다. 단풍도 볼 겸 언덕길을 넘나드는 왕복 3.6km의 길을 걸었다. 단풍이 절정으로 물든 숲은 초록 일색이었던 지난 5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같은 장소에 온 것 같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퇴색한 잎들이 우수수 흩날렸다. 아직 남아있는 화사한 단풍들도 머지않아 빛이 바래고 떨어질 것이다. 변화는 가장 보편적인 자연의 질서다. 이 말을 이해하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에 잊고 산다.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언덕을 넘어 다다른 강릉엔 "강릉(명종대왕 454주기, 인순왕후 심씨 446주기) 기신제향(忌辰祭享)"이 열리고 있었다. 기신제향은 나라에서 지내는 '기일 제사'의 의.. 2021. 11. 6. 제주살이 20 - 마라도 모슬포 운진항에서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를 다녀오는데 3시간쯤 걸린다. 배로 왕복하는데 1시간, 마라도에 머무는 시간 2시간을 합쳐서 그렇다. 마라도에 도착하면 걷는 일 이외에 할 일이 많지 않다. 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섬의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어디서, 어느 방향을 바라보거나 바다가 보이고 수평선이 보였다. 허허벌판이 아닌 허허바다. 무한대의 텅 빈 바다가 가슴을 가득 채울 듯 밀려들었다. "광활한 지평선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만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라고 힌두교의 신이 말했다. 그 말 속 지평선을 수평선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북위 37도 07분, 동경 126도 16분. 대한민국 최남단의 좌표에 비가 서 있다. 주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로 품앗이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면서. 우리에게도 옆.. 2021. 11. 5. 제주살이 19 - 서귀포의 폭포 흔히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말하는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그리고 정방폭포를 모아 보았다. 거기에 작은(소) 정방폭포를 더했다. 비가 올 때만 물줄기가 생긴다는 엉또폭포는 가보지 못했다. 폭포만큼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숲도 인상적이었다. 제주에는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서귀포 도심에서 칠십리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1km 정도 오르면 천지연폭포가 나온다. 폭포 주변과 물이 흘러가는 계곡 좌우에는 육지와는 좀 다른 모양의 나무들로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천연 난대림이다. 숲에는 담팔수, 가시딸기, 송엽란 같은 희귀 식물에 구실잣밤나무, 가시나무, 산유자나무, 동백나무 등이 자라고 있으며, 특히 폭포 오른쪽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담팔수.. 2021. 11. 2. 남설악 주전골 단풍 이런저런 가정사에 코로나까지 겹쳐 최근 몇 년 동안 거른 단풍구경을 다녀왔다. 설악산 어디든 가을이면 단풍이 화사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점봉산 북사면의 주전골은 단풍의 색이 곱기로 알아준다고 한다. 주전골 코스는 오색약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선녀탕 - 금강문 - 용소삼거리 - 용소폭포를 돌아오는 편도 3.2km를 말한다. 아내와 나는 거기에 만경대 코스를 추가하여 5km를 돌았다. 만경대는 1970년부터 출입이 통제되다가 2016년 개방되었다. 개방 초기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극심한 사람 정체를 빚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일일 출입 인원을 제한하며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올해는 가을장마가 길어 단풍이 늦어지고 색깔도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할 기억.. 2021. 10. 30.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52 다음